인간 삶에 가장 필요한 3가지 기본 요소로 꼽는 것이 '의식주(衣食住)'다. 입을 것과 먹을거리, 지낼 곳을 통틀어 이르는 말. 그런데 옷을 입는 것보다 밥을 먹는 일이 우선하고 인간에게 더 필요한 행위라며 '식의주'라고 말해야 맞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먹는 일이 먼저냐, 입는 것이 먼저냐 고민하는 사이 잠시 소외된 듯한 '주(住)'는 중요하지 않은가?

살면서 가장 큰 비용을 들이는 것은 다름 아닌 '주(住)'다. 내 집 마련 꿈 때문에 많은 사람이 매달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씩 꼬박꼬박 바치는 '은행의 노예'를 자처한다. 더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무색해지고, 특정 지역 집값은 끝을 모른 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친 부동산' 탓에 무주택자와 소외계층 삶은 갈수록 피폐해진다. 전세나 월세 물건을 찾아 한 도시 안에서 계속 떠돌기도 하고, 아예 판잣집이나 비닐하우스에 살기도 하고, 심지어 여관이나 찜질방 등을 거처로 삼는 이도 많은 현실이다. 경남은 이 같은 주거 빈곤층이 경기·서울·부산 다음으로 많지만, 주거 복지를 포함한 지자체 주거 정책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만 같다. 주택보급률만 높아졌지, 이런 주거 빈곤층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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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집 문제는 삶의 질 차원에서 봐야 한다. 단순히 부동산, 개인의 재산 문제가 아니다. 서구 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인권, 행복추구권 측면에서 주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제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오래된 집과 동네와 상권을 허물어버리는, 그래서 그곳 주민은 쫓겨나고 정취는 사라지고 추억마저 잃는 일은 그만두자. 우리 지역을 남부럽지 않게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자. '경남형 주거 대안을 찾아서' 기획 기사를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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