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갈치시장상인회와 광고 1억 원 재계약…경찰·공정위 조사, 무학 "각서 요구한 적 없어"

사건은 이상한 소문으로부터 시작됐다. 부산 자갈치시장에 가면 '좋은데이(무학)' 소주 외에는 다른 소주를 마실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 이면에는 돈거래가 있다는 소문이었다.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부산 중부경찰서가 지난 14일 현장 점검을 한 결과, 대부분 가게에서 무학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소주가 판매되지 않았다. '경쟁사 소주를 팔지 않겠다'는 각서와 돈거래도 확인했다.

문제는 자갈치시장상인회(㈔부산어패류처리조합·이하 조합)와 무학이 주고받은 각서와 돈이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가성 뇌물'인지 여부다. 양측은 입장을 달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조합은 무학과 1억 원의 광고 재계약하면서 자갈치시장 횟집 업주 20여 명에게 "8월 1일부터 2년간 경쟁사인 진로와 롯데주류의 소주를 판매하지 않겠다. 위반 시 협찬금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아 무학에 전달했다. 조합은 무학 관계자가 동석한 자리에서 각서에 사인한 조합원(상인)에게 현금으로 협찬금을 나눠줬다.

무학 측은 "이와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은 맞다. 광고비 명목으로 1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단서조항을 달아 각서를 요구한 적은 없다. 재계약 당시 낡은 시설 지원금으로 3000만 원을 먼저 주고 남은 자금 집행은 보류한 상황이다. 조합에서 충성심을 보여주려고 자체적으로 각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조합 측은 경찰 조사에서 "그러한 각서를 적지 않으면 협찬금을 안 줄 것 같았다"고 주장해 상반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무학에 냉랭한 반응이다. 과정과 이유를 막론하고 이 같은 각서를 받은 것이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무학은 부산 소주시장 점유율 80%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도 시장 질서를 교란한 무학의 불공정한 행위에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부산을 가꾸는 모임,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부산소비자연합, 향토기업살리기부산시민연합은 공동 성명을 통해 "무학과 자갈치시장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극명하게 인지돼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무학의 불공정한 행위는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부산사무소도 자체 조사를 시작했다.

부산사무소는 일차적으로 조합이 조합원에게 각서를 강제했는지,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을 가꾸는 모임 서세욱 대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상황으로 경찰과 관계 기관에서 엄정한 조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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