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고라니 등 유해조수 총기와 사냥개 동원해 포획…농작물·과수 피해예방 총력

진주시 미천면 상미리 대곡마을은 진주에서도 오지다. 마을로 이어진 2차로 도로도 이 마을에서 끝난다.

미천면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이 마을에는 27가구가 살고 있다. 미천면에서 가장 큰 상미저수지 아래 골을 따라 들판이 펼쳐져 있어 벼농사와 과수 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3년째 이 마을의 이장을 맡고 있는 박종두(56) 씨는 하는 일이 많다. 이장직은 물론이고 농사일, 송이 채취, 방범대원, 유해조수 포획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박 이장은 총기와 사냥개까지 갖춘 포수다. 그래서 박 이장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유해조수 포획이다.

주민들의 제보와 호출도 잦아졌다. 주민들이 마을 주변에 송이버섯과 약용작물을 키우는데, 멧돼지와 고라니가 겨울을 앞두고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하면서 박 이장은 더욱 바빠졌다. 멧돼지 등은 주로 야간에 움직이기 때문에 박 이장도 야간 순찰근무가 많아졌다.

박 이장은 사냥개를 한때 13마리까지 키웠지만 지금은 6마리로 줄였다.

박 이장은 개들이 사냥할 때 질서 없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정확한 질서와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3년째 대곡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박종두 씨. 박 이장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유해조수 포획이다. /김종현 기자

사냥을 지휘하는 '설개'가 냄새를 맡다가 신호를 주면 다른 개들이 한 방향으로 달려가 멧돼지 등을 포위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면서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 준다는 것이다.

"설개가 지시하면 다른 개들이 달려가 멧돼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물거나 위협을 주면서 시간을 지체한다. 많을 때는 멧돼지 4마리를 한꺼번에 포위해 저를 기다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이장은 "사냥개도 너무 독하면 안된다. 너무 공격적이면 개가 많이 다친다. 작년에만 2마리를 묻었다. 다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보험 적용도 안 돼 병원비 또한 만만찮다"면서 "사냥개가 훈련 없이 그냥 되는 것은 아니다. 강아지부터 훈련과 경험을 해야 한다. 개의 품종이나 성격, 스타일에 따라 사냥개를 만들어야 한다. 잘하는 개 밑에 넣어서 키운다"고 설명했다.

사냥을 마친 뒤 후송하는 고충도 얘기했다. "사냥도 힘들지만 100㎏이 넘는 멧돼지를 산속에서 끌고 나오는 것도 골칫거리다. 보통 2명이 한 조가 돼서 사냥을 하는데 험한 산속에서 큰 멧돼지를 잡고 나면 이동하는 게 쉽지 않다. 한 마리 옮기고 나면 탈진 상태가 된다. 그렇다고 현장에 내버려둘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박 이장은 "사냥한 멧돼지 등을 장만해서 주면 고맙게 가져가지만 산속에 있는 걸 가져가라면 아무도 안 한다"라며 웃었다.

유해조수 포획을 위해 진주시로부터 지원받는 것은 총알과 유류비 정도이다. 박 이장은 "취미로 한다. 만약 돈을 생각한다면 못한다"고 말했다.

박 이장은 "현재 수해조수 포획 기간이 지역별로 달라 포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멧돼지의 하루 이동거리가 수십㎞이고 미천면은 의령과 산청군과 경계선을 맞대고 있다. 지역마다 유해조수 포획기간이 다르다. 만약 미천면은 수렵이 허용되지만 다른 시군은 수렵기간이 아니라면 멧돼지 등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간다면 포획이 안 된다. 일제 수렵기간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장은 멧돼지보다는 고라니 피해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멧돼지는 논두렁이나 묘지를 파헤치지만 고라니는 밭작물의 생육 초기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민들이 취미로 송이 채취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장은 "개인 소유의 임야에 들어가 송이를 채취하면 절도죄가 된다. 경고판 등이 붙어 있다면 절대로 출입해서는 안 된다"면서 "실제로 우리 마을에서도 지난 몇 년간 개인 소유의 산에서 송이를 채취하다 적발돼 혼쭐이 난 외지인이 몇 명 된다"고 말했다.

이 마을의 숙원은 어르신들을 따뜻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대부분 고령인 노인들은 전기요금 아낀다고 난방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이장은 마을 기금으로 태양열 시설을 갖추려고 하는데 마을 자체 일조량이 적어 추진을 못 하고 있다.

박 이장은 "어르신들이 따뜻하게 생활하도록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심야 보일러나 전기 패널을 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