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른바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을 미리 받아봤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당혹감 속에서 침묵을 지켰다.

청와대는 최씨의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관여 의혹에 대해 지난 21일 국회에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이원종 비서실장)라며 강력히 반박했는데 불과 3일 만에 최씨가 두고 간 컴퓨터에서 이런 의혹과 관련된 정황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JTBC는 24일 최 씨가 사무실을 비우면서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달라'며 두고 간 컴퓨터에서 44개의 박 대통령 연설문이 포함돼 있었는데 실제 박 대통령이 발언을 하기 전에 문서가 열린 기록이 있다고 보도했다.

2021230_0016_P2.jpg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입장은 물론 간접적인 입장도 내지 않았다.

청와대 홍보라인도 언론의 문의에 전화를 받지 않은 채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이는 일단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이라면 야당 등에서 제기해온 비선실세 의혹에 더욱 무게가 실릴 수 있는 만큼 섣불리 대응하기보다는 보도된 내용의 사실 여부 등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연설문 자체는 다 공개되는 것인데 공개 시점과 비교해서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파악해봐야 한다"면서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뭐라고 얘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참모는 대통령 취임이후 연설문의 경우 청와대 온라인 시스템상 외부 유출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보안을 이유로 인터넷과 컴퓨터를 내·외부로 분리해서 사용하고 있고 내부 자료를 외부로 보내는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대선 전 자료도 사전에 최 씨에게 유출됐다는 것에 대해서도 납득이 안 간다는 반응이 일각에서 나온다. 당시에는 극소수 인원만 관련 자료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보도 자체가 최씨 관련 의혹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 폭발성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계속 침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자체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것이란 뜻이다. 최 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향후 연설문 사전유출 의혹도 파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아가 의혹 자체가 박 대통령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설명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