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격적인 개헌론을 제기하며 정국을 격랑으로 몰고 있다. 박 대통령 입에서 개헌 말이 나오는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충격이 크다. 개헌론을 꺼내 든 의도, 과정, 그동안 자신의 행적 등을 볼 때 박 대통령의 개헌 발언은 부적절하다.

대통령이 난데없이 개헌론을 던진 건 최순실 등 비선 실세 게이트로 집권 이후 닥친 가장 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의 개헌론이 철저히 정략적이고 정치적임은 대통령 스스로도 암시한 바 있다. 2014년 대통령은 "개헌이라는 것은 워낙 큰 이슈여서 블랙홀처럼 모두 빠져든다"라고 하며 개헌을 반대했다. 자신이 정국을 주도할 때는 개헌이 정치적으로 불리하지만, 수세에 몰릴 때는 정략적으로 개헌론을 꺼내 들 수 있음을 예고하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대선 후보 때와 달리 집권 이후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안 된다며 줄곧 개헌에 부정적이었다. 그랬던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개헌을 주장한다면 소신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격이 된다. 대통령은 자신의 일관성 없는 인식부터 국민에게 해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개헌론에서 헌정 질서를 중단하고 유신을 단행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겠지만, 역대 집권자 대부분에게서 깜짝 정치는 있었다. 정치적 격변이 수반되는 일이라면 장기적이고 일관된 일정을 제시하여 국민 여론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벼락같이 제시하고 완료를 다짐하는 것은 국민을 아랑곳하지 않는 권위주의 통치 행태다.

박 대통령이 개헌 근거로 내세운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먼저 제기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국정 안정을 이유로 4년 중임제 대통령제를 제안한 것도 똑같다. 그러나 당시 박 대통령은 막말을 써가며 노 전 대통령을 폄하했다. 개헌 제안만 던진 노 전 대통령에게 그가 혜택을 볼 것처럼 공격했던 박 대통령은 자신도 똑같은 질문을 감당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중임제 대통령제의 임기 내 개헌 완수를 공언한 의도는 무엇일까. 온갖 추측과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해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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