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종의 위기가 지속되면서 정부 고위직들이 민심탐방 형태로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 21일 창원에는 금융감독원장, 거제에는 국무총리가 방문했다. 하지만 정부 최고위급들이 지역을 몸소 찾아왔지만 조선업의 위기대응과 관련한 정책적 대안 제시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울 만큼 빈손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역경제계의 실망은 커지고 있다.

조선업의 위기가 장기화하는 마당에 조선업의 구조적 문제들을 청취하는 수준에 불과한 간담회 수준의 모임만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 왜냐면, 조선업 위기와 관련하여 그동안 각종 진단과 대책들이 제시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책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정부는 여전히 원론에도 미치지 못하는 말만 계속하고 있다. 즉, 조선기자재 업종에서 당장 문제로 일어난 미지급 납품대금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 금융감독원장은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발언을 하여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게다가 문제를 일으킨 원청 기업 종사자의 임금은 우선 채권으로 인정해주면서 납품대금의 60~80%를 차지하는 하청기업의 인건비는 상거래 채무로 분류하여 이후 합법적으로 떼먹을 수 있는 길까지 열어 둔 제도적 미비점에 대해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런 발언을 종합해보면 금융감독원 스스로가 공적 금융에서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으니 이미 돈줄이 말라버린 기업들에 사채시장으로 가라고 하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감독원이 도대체 하는 역할이 무어냐는 비판마저도 나올 지경이다.

특정 산업에서 위기상황이 연출되는 건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이다. 즉, 구체적인 실물경기에 따라서 혹은 여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시장이 변화하는 건 지극히 정상일 뿐이다. 지금 당장 잘나가는 산업이더라도 경기침체와 같은 위기상황은 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장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조절하는지는 정부의 역할이다. 한국의 조선산업이 회복되는 데 앞으로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IMF 보고서가 의미가 있으려면 이 10년 동안 관리할 구체적 내용이 있어야 한다. 정부에 기대하는 건 이런 내용이지 무슨 거창한 신성장산업의 육성과 같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말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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