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그간 개헌 반대 입장 180도 뒤집어…야권 "최순실·우병우 게이트 덮기 위한 수단" 경계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론'을 꺼내 들었다. 박 대통령은 24일 국회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완수하고자 정부 내에 관련 조직을 설치해 국민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나온 개헌 논의를 두고 "국정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보인 것과는 딴판이다.

이른바 '최순실·우병우 게이트'로 정권을 둘러싼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시점에 나온 박 대통령발 개헌 논란에 야권은 숨은 의도를 경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1987년 개정돼 30년간 시행돼 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이 됐다"며 "대립과 분열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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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개헌 논의에 줄곧 부정적인 의사를 표명해 온 점을 두고 "지난 3년 8개월 동안 이러한 문제를 절감해왔지만 엄중한 안보·경제 상황과 시급한 민생현안 과제에 집중하려 헌법 개정 논의를 미뤄왔다"면서 "국민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 자체를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려왔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하지만 고민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인 개헌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앞으로 100년 이끌어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 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한다"면서 "국회도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개헌론' 카드에 도내 야권은 그 의도에 의구심을 보였다.

당장 '최순실·우병우 게이트'를 덮으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는 한 개헌 논의는 언감생심이라는 반응이다.

정영훈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여·야 의원 상당수가 구시대적인 87년 체제의 한계 극복을 꾸준히 논의해 온 만큼 헌법 개정 논의 자체만 두고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박 대통령께서 이를 최순실·우병우 게이트 문제를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생각해 이 논의에 진정성을 부여하지 못한다면 남은 임기 동안 마지막 남은 국민 신뢰마저 저버리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개헌 논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적어도 '최순실·우병우 게이트' 논란 해소와 개헌 논의를 모두 아우르는 '투 트랙' 전략을 보이지 않는다면 더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원내대표인 노회찬(창원 성산) 의원은 "개헌론으로 최순실 게이트 등 일련의 정권 비위를 덮으려 하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 원내대표는 "법무부장관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준비해 온 것도 모르고, 직접 지시받은 것도 없다고 말한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 어디에도 개헌 관련 예산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서 "박 대통령은 개헌을 추석 무렵부터 준비해왔다는데 이는 미리 오랫동안 잘 준비해왔다기보다 최근 민생파탄과 대형 측근비리, 그에 따른 최악의 지지율, 이 모든 것을 개헌이라는 블랙홀에 쓸어 넣겠다는 뜻으로 전격 제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원내대표는 "개헌이라는 구명정을 타고 모든 비리와 실정의 늪에서 도망가려 해선 안 된다"면서 "현재 20% 초반 지지율의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를 이뤄낸 개헌 논의를 주도할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대통령이 집중할 일은 각종 비리 의혹을 낱낱이 해명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니만큼 개헌은 모든 정파가 모인 국회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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