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목수 세상에서 살아남기] (12) 내가 꿈꾸는 자영업의 나라

<서툰 목수 세상에서 살아남기>가 끝을 맺게 됐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이었으니…. 어휴 금세 반년이 지나버렸네요. 덕분에 시간은 퍼뜩 지나갔습니다. 기능인 목수로 숙련도를 높여가는 것도 간단하지 않았고, 자영업자로서 이문을 남겨 생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을뿐더러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됩니다. 구분해서 보자면 목수보다는 자영업자 역할이 훨씬 힘듭니다. 스스로 별명 붙인 '서툰 목수' 노릇도 점점 할 만해지고 있고, 경험을 쌓아가면서 조금씩 자신감도 붙습니다. 반면 점포를 구하고, 개업자금을 마련하고, 홍보를 하고, 견적을 하고, 의뢰인과 밀당을 하고, 골치 아픈 납세문제를 준비하고, 가끔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고, 이전 등과 관련한 미래의 자금을 준비하는 등등. 장사를 하는 부분은 골치 아픈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사정은 이렇지만 저는 그동안 나름 즐겁게 지내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직장시절보다 훨씬 표정이 좋다"고 말해 줄 정도니까요. 저도 지금 제 생활에 만족합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혼자만의 작업, 혼자 하는 장사'를 즐기면서 하고 싶습니다. 조금씩은 좋은 일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몇 가지 생각을 말씀드리고 글을 맺을까 합니다.

황원호 창동목공방 대표./황원호

◇ '주 5일 영업'했으면 좋겠다

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쉬는 날 없이 점방 문을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방에서 가구를 만드는 것이 주된 일이지만 외부작업이 있는 날도 적지 않으니 365일 여는 것은 아니라고도 하겠지만 될 수 있으면 문을 열어두고 다닙니다. 어떤 때는 친구들이 와서 놀다가면서 편지를 적어놓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두고 가는 경우도 더러 있을 정도로.

하지만 이런 저의 원칙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이제 주 5일 근무제가 보편적이고,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일자리 나누기라든지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주 4일 근무를 하는 곳도 있다고 하더군요. 저도 매주 5일 정도만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장사라는 특성상 주말과 휴일을 쉬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러고도 먹고살 만했으면. 늦잠도 자고, 좀 놀고, 하고 싶고 보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싶죠. 자영업이니 그렇게 해도 될 겁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감'입니다. 오늘 장사가 좀 된다고 해도 내일도 잘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불안한 휴식'보다는 '편안한 피곤함'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죠.

가구 주문 의뢰자는 꼭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공방을 찾아올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쉴 수 없다고 한다면 얘기가 될까요? 아무튼 그런 불안감이 있다고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쉬지 않는 것입니다. 제 주변의 자영업자를 보면 한 달에 하루 정도 쉬는 업소조차 찾기 어렵고, 대부분이 365일 점방을 엽니다. 그것이 자영업자의 현실이죠.

나뭇결이 살아 있는 결과물./황원호

◇ 자영업은 본인 노력이 밑바탕 돼야

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합니다만 가끔 신경 거슬리는 경우를 봅니다. 마케팅 차원에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친구를 맺은 어떤 자영업자는 "경기가 죽었다, 먹고살기 어렵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합니다.

그때마다 제게 드는 생각은 '제 손으로 제 눈 찌르기'라는 겁니다. 어차피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허망합니다. 인구절벽에 당면했고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인구 감소현상이 나타난다는데. 이로부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2028년쯤에는 '자영업의 지옥'을 보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인구는 줄고, 급격하게 노령사회로 진입하면 소비 감소에 따른 경기후퇴는 뻔한 것일 테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지금이 최고의 호황기라는 역설도 가능할 듯합니다. 이런 상태라면 영원히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없을 테니까요. SNS에 대고 경기 타령을 하는 것은 자기부정에 불과하다는 느낌입니다.

경기문제는 그렇다 치고, 자영업은 당연히 본인 노력이 밑바탕 돼야 한다고 봅니다. 고객과의 신뢰 형성과 성실함, 정직한 상품과 합리적인 가격, 사후 관리, 홍보와 마케팅 강화 등 본인의 노력이 장사가 잘되는가 하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암만 경기 타령을 해도 장사 잘하고 못하는 사람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습니까. 같은 업종에서도 잘되거나 망하는 점방이 구분되는 것은 경기 탓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노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입니다.

오랜 재봉틀이 제 몸에 맞는 새옷을 입은 듯한 모습./황원호

◇ '건물주 갑질'이 자영업자를 괴롭히는 주된 원인

최근 대규모 아파트단지 재개발 지역에 편입돼 임대점포를 얻어 옮긴 악기판매점 사장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고교 동기 동창인 그는 "자영업자가 안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임대보다는 점포 매입을 위해 정책금융이나 우대금융 등의 정책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요지였습니다. 점포 임대 문제로 고생한 그의 처지에서 충분히 들 수 있는 생각이라고 봅니다.

오랫동안 자영업을 해온 그의 말 속에서 '건물주 갑질'이 가장 힘들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가 건물주가 되면서 자연스레 힘든 장사보다는 불로소득인 임대수입이 훨씬 매력적일 수 있으니까요. 오죽하면 요사이 청소년의 장래희망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으니까요.

임대 자영업자는 열심히 일해서 만들어놓은 상권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장사할 수 있는 것이 큰 관심사일 겁니다. 이런 자영업자를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건물주 갑질' 아닐까 합니다.

저는 아직 그런 경험이 없지만 주변에서 숱하게 보는 겁니다. 5년 보장이니 어쩌니 해도 건물주가 고의적이고 악질적으로 갑질을 하게 되면 견뎌낼 재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얼마 전 제가 장사하는 동네 건너편 오동동 상업지역의 부활과 관련해 꽤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4~5년 전 상인회와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억제 내지 동결하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 자영업자들을 유치했고, 그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이제 그 사회적 협약이 만료될 시점인데 그 효력이 계속 남아 순기능으로 작용할지, 그동안 억제됐던 임대료가 급등하는 반작용으로 나타날지 주목됩니다.

각설하고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놨지만 서툰 목수는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분투하겠습니다. 그동안 관심을 보여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끝>

/글·사진 황원호(창동목공방 대표)

※이 기사는 경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주민참여사업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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