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 매일 동물보호소 찾아 먹이 주고 청소하고 목욕 시켜 "생명 존중하는 마음 더 커져"

이정선(36) 씨는 매일 아침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 간다. 이곳에서 이 씨는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은 개에게 먹이를 주고 똥을 치우고 씻긴다. 그리고 오후가 돼야 직장으로 향한다. 이런 생활이 벌써 7년째다.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는 280여 마리의 유기견이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은 겨우 2명. 사람의 손이 늘 부족한 보호소에서는 늘 이 씨 같은 봉사활동가가 필요하다. 이 씨가 유기동물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MBC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서다.

"개지옥이라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개사육장의 참혹한 실상을 봤어요. 수백 마리의 개가 철창에 갇힌 채 썩은 김치 찌꺼기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었어요. 물어뜯기거나 굶주림에 지친 개들의 먹이가 된 개도 있었고요. 그 프로그램을 본 이후 유기견 봉사를 시작했어요."

유기견을 보살피고 있는 이정선 씨. 정선 씨는 7년째 매일 아침 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출근한다. /김민지 기자

창원유기동물보호소 초창기에는 다른 개한테 병이 옮거나 심하게 다쳐 죽는 개가 많았다.

"그땐 예방접종 예산이 없었어요. 그래서 봉사자들이 자비로 접종약을 샀고 수의사들이 의료봉사를 오면 주사를 놓았지요. 그러면서 전염병으로 죽는 개들이 점차 줄어들었고 이후에는 예산에 접종비가 편성됐어요. 이곳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고 필요한 게 보이니까 쉽게 (봉사활동을) 그만두지 못하겠어요. 하루라도 안 오면 눈에 밟혀요."

정기봉사는 매주 금요일·일요일에 이뤄진다. 봉사자들은 개의 발톱이나 털을 깎고, 목욕을 시키거나 산책을 같이한다. 금요일엔 3~4명 정도, 일요일엔 10명 내외 봉사자가 온다.

"봉사자와 후원이 많이 필요해요. 사료비와 물은 시가 지원을 해주지만 그 외 신문지, 배변패드, 수건, 물티슈는 봉사자의 후원으로 마련하거든요. 후원은 경남지역 시·군 유기동물보호소 봉사와 입양을 돕는 '경남 길천사들의 쉼터'라는 인터넷 카페에서 많이 해요. 후원금의 90%가 치료비로 쓰이고 물품은 사람들의 기부로 마련합니다."

지난해 도내 유기동물보호소 유기동물 수는 5662마리.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동물보호소가 3곳 있는 창원은 담당 개체수 비율이 160%가량으로 포화 상태다. 유기동물 보호법에 따르면 지자체 보호소로 들어간 유기동물이 적당한 입양처를 찾지 못하면 안락사시키게 되어 있다. 하지만 창원유기동물보호소는 안락사를 최소화하고 있어 유기동물 수가 많은 편이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동물보호소에 오는 유기견들이지만 때로는 입양돼 새로운 가족의 품에서 행복하게 지내기도 한다. 이 씨가 키우는 개 5마리 중 4마리가 유기견이다.

"2008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데려온 '루이'가 처음이었어요. 눈 한쪽이 아파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아이였어요. 당시 동물보호단체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유기견의 새 주인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는데, 주인을 못 찾으면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안락사는 막아야겠다 싶어서 차를 끌고 일산까지 갔죠. 그게 인연이 돼서 3마리를 더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했어요."

창원유기동물보호소는 매주 화·금요일 오후 3시 유기동물 분양을 한다. 유기동물 입양자에게 동물 진료비와 반려동물 등록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특정한 종이나 1~2년 된 어린 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사람들 인식이 많이 개선돼 종·나이와 상관없이 얼마나 교감이 잘되는지 등을 살피고 노견·장애견도 입양하는 사람도 늘었어요."

이 씨는 유기견 봉사활동을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했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더 강해졌어요.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배려심도 생겼고요. 그리고 나 스스로도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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