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10월 태풍에 최고 강진까지…활성단층 연구로 지진 대책 세워야

올해는 여러 가지 자연재해가 기상 관측 이후 새로운 기록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39일간 폭염특보, 32일간 열대야를 몰고 왔던 기록적인 무더위로 한반도가 가마솥같이 달구어졌다. 9월에는 경주지역에 우리나라 기상 관측 이래로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이후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으며, 10월 태풍이 강타해 동남부 지방은 엎친 데 덮친 형상이 되었다.

1904년 관측 이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345개 중에서 10월에 온 태풍은 10회만 있었을 정도로 이례적이었다. 이번 10월 태풍 '차바'는 올여름 한반도에 살인적인 폭염을 부른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제주도 남해상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1∼2도 높았기 때문에 규모는 작았지만 강한 기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차바'의 최대 풍속은 초속 49m를 기록해 태풍 '매미' 이후 가장 강한 바람으로 기록되었으며, 서귀포에선 시간당 116.7㎜(누적 289.1㎜)의 비가 쏟아져 관측 사상 가장 강한 비로 기록되었다.

지진의 세기는 리히터 강도로 표시하는데, 규모 1이 증가할 때 지진에너지는 32배 커지게 된다. 지진은 물체가 외부 힘의 작용에 저항하여 원형을 지키려는 힘인 변형력이 지각 내에 저장되어 있다가 그 한계를 넘어서면 이 변형력이 탄성 진동 에너지로 바뀌어 급격히 방출되면서 지각 또는 맨틀에 있는 암석이 파괴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파괴가 최초로 시작된 점을 진원이라고 하며, 진원 바로 위 지표면을 진앙이라고 한다. 진원에서 에너지가 크더라도 진원이 깊으면 지상에 미치는 힘은 약해지지만 상대적으로 진원이 지표 가까이에 있으면 세기는 매우 커진다.

일본의 경우 태평양판·유라시아판·필리핀판이 만나는 지점에 있어 대규모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기 때문에 지진에 안전한 지역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고려시대에도 지진 기록이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1900여 건 기록이 발견된다. 최근에 한반도에서도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태평양판이 한반도를 유라시아판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지진이 판의 경계에서 다소 떨어진 내부에서도 활성단층의 활동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지진은 규모 5.2로 기록된 1978년 충북 속리산과 2004년 경북 울진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해 기록이 경신되었다. 이번 지진은 활성단층인 양산단층에서 발생했다.

이제는 대륙지각 가운데 있는 우리나라도 활성단층에 의한 지진에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현재까지 발표된 바로는 우리나라에는 60여 개 활성단층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체에 관한 연구는 더 이뤄져야 한다. 지진공학회 발표에 따르면 경주 지진은 강한 진동의 지속시간이 약 3초로 비교적 짧은 편이었고 1초에 열 번 이상 흔들리는 고주파지진이었다. 일반적으로 1초에 열 번 정도로 흔들리는 지진에는 단층건물에 피해가 발생하고 천천히 흔들리는 지진일수록 고층건물에 피해가 발생한다. 실제로 이번 지진에서 큰 건물의 구조적인 피해는 거의 없었으나, 기와가 추락하고 벽돌담이 붕괴되는 등의 피해가 컸다. 지진 피해를 막으려면 규모 6.4를 기준으로 하는 내진설계와 같은 1차 재해 경감뿐만 아니라 2차 재해의 억지에 역점을 두어야 하고, 활성단층 조사를 비롯한 각종 안전 조치에 임시 처방이 아닌 항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jpg

이번 같은 남부지방의 대규모 자연재해에 온정 어린 도움이 넘치고 있고, 위험한 재해 현장에서도 목숨을 걸고 구조에 나서는 구조대원을 비롯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는 많은 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직도 우리 세상이 각박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희망이 있다. 아자 아자 힘내자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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