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찰청 사람들]사이버수사대 테러수사팀 송재용 경감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내 테러수사팀은 올해 2월 신설됐다. 침해형 범죄, 즉 해킹·바이러스 등과 같은 전문적인 영역을 다룬다.

팀을 이끄는 사람은 송재용(48) 경감이다.

최근 10대 등 3명이 피시방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을 하는 일이 있었다. 해킹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일으킨 범죄였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각종 해킹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얼핏 보면 비슷한 정보 유출, 디도스 공격 같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미세한 수법 차이가 있습니다. 엄청난 머리싸움이 필요합니다. 그들 생각을 한번 더 뒤집는 역발상을 끊임없이 합니다. 첩보가 들어오면 팀원들이 모여 '너 같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으냐'는 회의를 반복합니다."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테러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송재용 경감.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송 경감은 '사이버수사 1세대'로 이 분야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동안 해결했던 굵직한 사건들은 나열하기 벅찰 정도다. 특히 2004년 '국제 인터넷포르노방송국 운영자 등 72명 검거' 때 유명인사(?) '딸기'가 포함됐다.

"2000년 초 인터넷 활성화로 성인비디오 업계가 포르노방송국 쪽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애초 국내에 세트장을 만들어놓고 찍는 식이었는데, 단속이 시작되자 외국으로 옮겨갑니다. 잘나가던 여배우는 한 달 수입만 3000만 원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딸기'를 검거했을 때는 테러성 메일을 엄청나게 받았죠. 이후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딸기를 구속한 경찰관'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이러한 성과 때문에 지금도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뜨면 관련 업계가 바짝 긴장한다고 한다.

송 경감이 이끄는 테러수사팀은 지난 5월 이른바 '몸캠피싱' 사건을 해결했다. 스마트폰으로 음란행위를 유도한 후 해킹프로그램으로 개인정보를 확보,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는 수법이었다.

송 경감은 의경 복무를 계기로 1991년 경찰관이 되었다. 타자로 조서를 꾸미던 시절이었다. 경찰서 내 컴퓨터는 수사과 1대, 경무과 1대 정도였다. 송 경감은 수사지원팀 업무를 하면서 컴퓨터 편리함을 잘 알았다. 컴퓨터 대리점을 하는 지인을 통해 '한글 문서프로그램'을 익혔다. 그리고 조립식 컴퓨터를 사비로 사서 업무용으로 활용했다.

"저를 보고 주변 선배들도 컴퓨터를 하나씩 사기 시작하더라고요. 하지만 관련 문서 서식이 없다 보니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겁니다. 제가 관련 서식 500여 개를 한글파일로 만들어 나눠줬죠. 그런데 이제는 한글 문서작성 방법이 서툴다 보니까, 문제 있을 때마다 저를 찾는 겁니다. 불려다니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송 경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컴퓨터를 좀 더 전문적으로 익혀야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정보통신 기능사 자격증, 인터넷검색사, 각종 프로그램 자격증을 땄다. 독학으로 컴퓨터 전문가 길에 접어든 것이다.

2000년 경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반이 신설되면서 지금의 업무에 본격적으로 발 들였다. 평소 '아픔 없이 얻는 것도 없다'는 좌우명을 바탕으로 미개척 분야에 도전, 사이버 전문 수사관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퇴직까지 아직 10년 넘게 남았다. 남은 시간, 그리고 이후 할 일에 대해서도 머릿속에 그려놓은 게 많다.

"백지상태에서 밤새워가며 추적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피라는 숫자가 나오고, 결국에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 매력에 빠져 지금껏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습득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보급·전수하고 싶습니다. 더 이후에는 사이버범죄 법률 자문 봉사단체에서 활동해보고픈 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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