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이 소설가나 시인, 극작가도 아닌 미국 포크록 가수 밥 딜런(75)에게 돌아갔다. 노래 가사를 시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과 가사를 과연 문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같이 일고 있다.

우리는 노래가 된 시에는 비교적 익숙하다. 시를 읽고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멜로디에 실려 분출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시가 노래로 만들어졌다.

시의 운율과 노래의 리듬, 멜로디가 조화롭게 어울리면서 '가을편지'(고은 시, 김민기·이동원 노래)가 그렇게 불렸다. '세노야'(고은 시, 양희은 노래)와 '작은배'(고은 시, 조동진·양희은 노래)도 마찬가지다.

시인이 썼지만 전형적인 유행가 가사 같은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류근의 시다. 밤에 쓴 연애편지 같은 노래는 이동원의 '이별노래'(정호승 시)에도 묻어 있었고,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정호승 시)에도 묻어 있었다.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게 엘뤼아르의 표절인 걸 알았지만, 민주화 대의가 중요했기 때문에 목이 터져라 불렀다.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는 유심초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노래로, 분단 현실을 타파하고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문병란의 시는 김원중의 '직녀에게'라는 노래가 되었다.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 시의 여운을 더 길게 느껴보는 방법이 시를 노래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향수'(정지용 시, 박인수·이동원 노래), '그대 있음에'(김남조 시, 송창식 노래), '해야'(박두진 시, 조하문 노래), 서정주의 '푸르른날', 천상병의 '귀천'도 그렇게 노래가 되었다.

그리고 그 시인들을 울린, 시가 된 노래가 있었다. 계간 <시인세계>가 현역 시인 100인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1위가 '봄날은 간다'였고, 2위가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북한강에서'였다고 한다. 양희은이 부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4위, 한계령이 5위였다. 또 문학과지성사가 시인 14명을 참여시켜 2000년 이후 발표된 노래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가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요조의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가 시인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 1위로 선정됐다고 한다. 그리고 김광진 '편지', 브로콜리너마저 '보편적인 노래', 델리스파이스 '고백', 김윤아 '봄날은 간다', 루시드폴 '물이 되는 꿈'이 추천 상위 7곡에 포함됐다.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만/사람들은 사람다워질까?/얼마나 더 멀리 바다를 날아가야만/비둘기는 쉴 수 있을까?/얼마나 더 많은 포탄이 터져야만/ 피비린내나는 싸움이 끝날까?/친구여, 묻지 말아요/오직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밥 딜런(Bob Dylan)의 'Blowin' In The Wind' 중

노래는 그렇듯 사랑을 더 열렬하게 하고 이별을 더욱 애틋하게 하며 삶을 진지하게 한다. 밥 딜런 노래가 시의 울림으로 공명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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