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경주 지진의 여진이 아직도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 사회가 원전이란 핵폭탄을 안고 살고 있다는 공포가 날로 커지고 있다. 탈핵·탈원전은 이제 환경운동가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구호를 넘어서 국민 전체의 요구로 부상하는 중이다.

경주나 양산·김해 등의 주민들은 지금도 한 번씩 땅이 흔들릴 때마다 잠을 못 이루고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번 지진이 워낙 충격을 준 탓에 여파가 밀려올 때마다 정신적 공황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언제 추가 강진이 닥칠지 모르니 그 불안과 공포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

만일 지진이 원자력발전소 밀집지대를 덮치게 될 때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고리·월성 지역에서 지진으로 말미암은 원전 사고가 터지면 후쿠시마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8기의 원전이 밀집한 지역 반경 30㎞ 이내에는 후쿠시마의 20배가 넘는 35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일순간에 나라 전체가 불구덩이로 떨어지게 될 터이니 이런 핵폭탄이 없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과 한국수력원자력의 대처는 미온적인 수준을 넘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서둘러 정밀조사를 해도 모자랄 판에 어디가 활성단층인지 양산단층인지 모량단층인지 추측만 무성하다. 최근에는 모량단층이란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는데 사실이라면 고리원전은 화약고 바로 옆에 있는 셈이다.

경남에서도 탈핵·탈원전 목소리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양산과 창원 등의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 사이에서 먼저 시작하여 탈핵 물결이 도민은 물론 국회와 정치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얼마 전 경남·부산·울산지역 국회의원들이 활성단층대에 대한 정밀조사와 신규 원전 건설 취소, 노후 원전 가동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는데 말로 그칠 게 아니라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신고리 원전 5·6호기 신규 건설에도, 원전사고지대 안전대책 수립에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경남 정치권은 정말 실망스럽다. 지역 정치권이 못하면 시민들 스스로 생명과 평안을 지키는 힘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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