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제시가 지심도에 국내 최대 높이의 국기게양대 설치를 추진하는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에 해당한다. 국기게양대는 거제시가 국방부로부터 지심도를 돌려받게 된 것을 기념하여 추진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실현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지심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므로 거제시 단독으로 국기게양대를 세울 수 없는데도 국립공원과 협의도 없이 일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개발의 때가 묻지 않아 천혜의 자연을 간직해 온 섬에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려도 없이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국내 최대 높이 국기게양대 설치는 참신한 발상도 아니다. 이미 십여 년 전 양산시가 비슷하게 사업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국내 최대 높이급 국기게양대를 세우는 데 3억 5000만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다행히 계획대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애초 양산시는 100억 원을 들여 동양 최대 규모의 보행자 전용 구름다리 건설을 계획한 적도 있다.

거제시와 양산시 등 도내에서 예산 자립성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자체일수록 '최대' '최초' 등 타이틀이 붙은 대형 사업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예산 낭비로 귀결되더라도 큰 출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에서 경남도와 창원시도 예외가 아니다. 홍준표 도정이 독불장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줄곧 면치 못하는 것도 지자체 최초 공공의료기관 폐업, 공적기금 폐지, 무상급식 중단 등을 통해 광역자치단체 최초의 '채무 제로' 달성 같은 타이틀을 따고 싶은 욕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창원시의 경우 지금은 사실상 중단됐지만 통합시 출범 기념으로 랜드마크를 설치하려고 했거나 현재 광역시 승격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것 모두 전시성 행정이라는 혐의를 피해가지 못한다.

예산 낭비를 무릅쓴 지자체의 과시성 행정은 궁극적으로는 향후 선거 등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관련하여 치적을 쌓고 싶은 단체장의 정치적 야욕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단체장의 과욕이 제어되지 못한다면 가장 큰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주민의 세금이 헛된 일에 쓰이지 않게 하려면 주민과 의회의 견제와 감시가 마땅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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