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분트' 자문위 리처드 머그너 씨 창원 강연…기득권 저항 이겨낸 주민들 의지·연대 중요성 강조

"탈핵, 시민이 나서면 결국 해낼 수 있다."

독일 환경단체 '분트(BUND)' 과학자문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리처드 머그너(Richard Mergner·사진) 씨가 18일 오후 경남대 인문관을 찾아 '독일의 탈핵과 대안 에너지'를 주제로 강연했다.

현재 독일에는 약 500만 명이 환경운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를 이끌고 있는 단체가 '분트'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독일 내 탈핵 운동을 이끌었고, 수십 년간 정부와의 싸움 속에서 마침내 성과를 이뤘다. 독일은 2011년 탈핵을 선언하며 오는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리처드 머그너 씨가 들려준 독일 탈핵 과정을 들어보면 그리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

"독일 정부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우리나라는 멀리 떨어져 있어 상관없다. 먹거리는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조사 결과 독일 특정지역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체르노빌에서 3000㎞나 떨어져 있는 곳이었는데 말이다. 이 지역은 30년 지난 지금도 멧돼지 같은 것은 먹지 못한다. 방사능이 체내에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1990년대 후반 탈핵 전기를 맞았다고 한다. 정권 교체였다.

"1998년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하면서 2000년 핵발전소 단계적 폐기에 합의하게 됐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정부가 바뀌었고, 또 하나는 원자력위원회 다수를 차지하던 찬핵론자들을 교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기득권 저항도 이어졌다고 한다. 지금 국내에서 언급되는 '핵 마피아'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4개 회사가 전력을 생산해 왔다. 1개 핵발전소당 3억 유로(약 3728억 원) 순수익을 얻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이들 회사가 정치권에 엄청난 로비를 했다. 이 때문에 보수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핵발전소 수명 연장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분트를 중심으로 한 독일 시민들은 정부 저항을 이어갔다고 한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어나면서 일본 주민들과 연대를 이어가며 전 세계적으로 '탈핵'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고 한다.

리처드 머그너 씨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탈핵·에너지전환에서 결국 시민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시민이 나서니 정치권도 조금씩 바뀌고, 미디어도 변화하기 시작하더라."

이날 강연은 탈핵경남시민행동, 경남대 사회학과, 경남교육희망학부모회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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