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이후 시민 참여 늘어…정치권 개정안 발의 등 잰걸음, 경남 지방의회는 '부결'뒷걸음

탈핵단체 거리 퍼포먼스를 지켜보던 한 중년 남성은 이렇게 말했다. "남 일이 아니더라. 저 사람들처럼 누군가는 나서서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

지난 9월 12일 '경주 지진' 이후 원전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탈핵·탈원전'을 향한 사회적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경남에서는 창원·양산 등을 중심으로 '노후 원전 폐쇄' '신고리 5·6호기 건설 철회' '안전점검 때까지 원전 가동 중지'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주체는 단순히 탈핵·환경단체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여성·장애인단체 등 일반 시민도 나서고 있다. 저마다 처지에서 탈핵·탈원전 필요성을 체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여론조사에서 '지진 위험지역 신규 원전 건설 전면 중단'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 백지화' 항목에서 경남·부산·울산지역민 지지 의견이 가장 높게 나온 바 있다.

경·부·울 외 지역 움직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지난 17일 '지진위험지대 핵발전소 가동 중단 및 신규 건설계획 폐기 촉구 경기 도민 1000인 선언'이 나왔다. 앞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주도하고 국민 559명이 참여해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더는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나타났다"며 "지금 해야 할 일은 원전 신규 건설을 중단하고 안전성에 대한 검증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러한 시민 목소리를 집약하는 것은 정치권 몫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6월 경남·부산·울산지역 야권 국회의원 22명이 모여 '탈핵·에너지 전환 국회의원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경주 지진' 이후 기자회견·성명을 통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승인 취소 △노후원전 가동 중지 △지진 활성 단층대에 대한 전면 정밀조사 시행 등을 촉구했다.

또한, 이 모임을 이끄는 김영춘(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사들일 때 거래액의 5%에 해당하는 '원자력이용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1년에 발생 예상되는 '원자력이용부담금' 5000억 원을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 '노후 원전 폐쇄 연구·육성'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일변도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고, 탈핵으로 향하는 걸음을 떼겠다는 것이다.

또한 신경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전 신규 건설 및 재허가 때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문미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전 부지 승인을 얻으려면 지질조사 결과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원자력안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반면, 경남 정치권은 거꾸로 가고 있다. 새누리당이 다수를 이루는 경남도의회·창원시의회는 각각 '활성단층지대 원전 사고 예방 및 안전대책 수립 촉구 결의안'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과 원전 안전강화 촉구 결의안'을 보류·부결해 도민 불안감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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