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해이어보] (27) 한사어…포획 어려웠던 물고기, 적조 때면 물가로 나와 불길함의 징조로 인식

최근 한 달 사이에 많은 일을 겪었다. 규모 5.8에 이르는 미증유의 지진이 우리 삶터 가까운 양산단층 구조곡 중간 즈음에서 발생하고서 지금까지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뒤에는 태풍 차바가 생채기가 아물지도 않은 자리를 할퀴고 지나갔다. 요즘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쾌청하기 그지없는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다.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 그 잔상이 남아 있다.

오늘은 최근의 이런 재난 상황에 즈음하여 담정 김려의 <우해이어보>에 나오는 자연재해 '포수(胞水)'와 이에 따라 어획한 '한사어'를 살펴볼까 한다.

담정은 포수에 대해서 현지 사람들의 말을 빌려 이렇게 설명했다. "가을이 깊어갈 때 바닷속에 갑자기 홍색, 자주색, 청색, 흑색의 물들이 생기는데, 이 물이 넓게 펼쳐져서 해변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것이 포수이다. 고기들이 이 물을 먹으면 죽게 되고, 죽지 않은 것도 기운이 빠지게 된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 사라진다. 이들이 말하는 포수는 부인이 분만할 때에 자궁이 열리는 첫 순간에 나오는 태반 속의 양수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

한의학에서 양수와 같은 의미로 쓰이고, 바닷물을 불그스름하게 물들인다고 한 것으로 보아 포수는 적조가 분명해 보인다.

적조는 <삼국사기> 초기 기록에서도 살필 수 있다. 이 책 신라본기 아달라 이사금 8년(161년) 7월 기사에 "바다에서 많은 물고기가 밖으로 나와 죽었다"고 한 기록이 나온다. 이것은 <우해이어보>에서 "포수를 피해 도망치다가 얕은 물가에 와서 죽는다"고 한 것과 서로 통하는 현상이므로 이를 적조 피해에 대한 최초의 기록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포수 때 잡는다는 한사어에 대해 담정은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한사어는 낚시나 그물로 잡을 수 없다. 팔구월이 되어서 포수가 갑자기 퍼지면 물고기들은 파도가 밀려오고 산이 무너지는 것처럼 포수를 피해 도망치다가 얕은 물가에 와서 죽는다. (중략) 한사어도 포수에 밀려서 쫓겨 오지만, 성질이 급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맨땅으로 뛰어 오른다. 그러면 이곳 사람들은 긴 막대기의 쇠 작살로 지느러미 사이를 마구 찔러 죽인다. 그리고 톱으로 날카로운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배를 가르는데, 등뼈 쪽의 살은 구워 먹을 수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기름이라 먹을 수 없고 녹여서 등불을 켜는 데 쓴다."

이렇게 잡은 한사어는 톱으로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등뼈 쪽의 살은 구워먹고, 나머지는 녹여서 등불을 밝히는 기름으로 쓴다고 했다. 이로써 보자면 당시 사람들이 한사어를 잡는 목적이 식용보다는 등불의 연료를 구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식재료를 이용하는 방식에서도 요즘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데, 중식요리의 영향으로 톱으로 떼어 버린 지느러미가 더 귀한 대접을 받으니 이 또한 격세지감이다.

담정은 한사어의 특징을 이렇게 적었다. "한사어는 모양이 홍어와 같지만, 몸이 크고 또 길다. 작은 것은 3~4척이며, 큰 것은 7~8척이나 된다. 그 너비도 길이와 비슷하지만, 십분의 일 정도 작다. 등과 양쪽 옆에는 머리에서 꼬리까지 모두 칼날과 같은 통뼈지느러미가 있다. 너비가 3촌이며, 큰 것은 이것의 2배인데, 3개의 통뼈지느러미가 마치 내 천(川) 자 모양으로 붙어있다."

이름부터 살피자면, 사어라는 이름은 껍질이 모래처럼 거친 방패비늘로 덮여 있는 데서 비롯하였다. 그래서 모래 사(沙) 자와 고기 어(魚)를 아래위로 합쳐 만든 한자로 고기의 이름을 표현하였다. 한자로는 그렇게 적지만, 사어가 상어로 발음되면서 지금껏 그렇게 불리고 있다.

한사어의 특징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몸통이 홍어와 닮았다는 것이다. 상어 중에 비슷한 체형을 가진 녀석을 들자면, 가래상어와 전자리상어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두 녀석은 체장에서 크게 차이를 보인다. <우해이어보>에는 나오지 않지만 <현산어보>에는 전자리상어는 큰 놈은 2장 정도라 했으니 가래상어의 세 배에 가깝다. 그렇다면 여러 상어 가운데서 담정이 말한 대로 홍어와 같은 몸통에 몸길이가 70㎝ 남짓이고, 큰 것이 150㎝를 넘을 정도라면 바로 가래상어를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제공하는 해양생물종다양성정보시스템에 나와 있는 가래상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맞붙어 있다. 뒷지느러미는 없고, 꼬리지느러미는 있으나 작은 편이다. 등과 배 전체에 미세한 비늘이 덮여 있다. 몸은 편평하고 머리의 폭은 넓으며, 주둥이는 삼각형으로 길게 앞으로 돌출한다. (중략) 전장 1m에 달하지만, 보통 50~60㎝ 크기가 많이 어획된다. 근해의 모래바닥에 숨어살고 동작은 매우 느리다. 여름에는 얕은 곳으로 겨울에는 깊은 곳으로 이동하여 서식한다."

여기서 소개한 대로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맞붙어 있고 몸은 편평하고 머리의 폭이 넓다고 한 특징이 홍어와 비슷하다고 한 것과 일치하며, 몸길이와 여름에 얕은 곳에서 서식하는 점이 뒤에 살피게 될 특징과 닮아 있다.

<현산어보>에는 가래상어의 이름을 가래 화에 상어 사를 써서 '화사'라 적고, 머리가 가오리와 닮았다고 했으니 담정이 홍어와 비슷하다고 한 것과 도긴개긴이라 할 만하다. 가래상어라는 이름은 머리 생김새가 가래를 닮은 데서 비롯한 것인데, 달리 '수구리'라고도 한다. 수구리는 각각 전자리상어와 가래상어를 이르는 평남과 평북의 사투리이니 이들도 녀석들의 생김새가 비슷해서 크기가 다른 놈을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일 게다.

당시 사람들도 포수(적조)를 아주 나쁜 자연현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사어가 많이 잡히면 그해 흉년이 들었다 한다. 영조 31년(1755) 을해년 흉년에도 이곳에서는 날마다 한사어를 쉽게 잡았다는 증언이 그런 증거다. 실제 을해년과 그 이듬해인 병자년은 홍수가 들어 한양에서는 개천(청계천)의 광통교 이후가 모두 범람하였다고 한다. 한양 사람들은 한사어를 한사라고도 불렀는데, 결국 그런 나쁜 기억이 한사어라는 고기 이름을 날씨가 춥고 모래 바람이 날리는 자연 현상인 한사(寒沙)와 동일시한 것으로 보인다.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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