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식 경남도의회 의장이 애써 강조했던 취임 일성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였다. 도가 벌이는 각종 사업과 시책을 면밀히 분석 검토하여 잘잘못을 가려내고 도의 독주로 빚어지는 시행착오를 바로잡음으로써 예산 낭비와 부실을 원천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동원된 어휘와 문맥이 꼭 그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집행부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의 최고 권능을 설명하는 뜻풀이로 이해하는 데는 이견이 없을 줄 안다. 도의회는 도청과 어깨를 견주어 대등할 뿐만 아니라 대의체인만큼 그 권위는 오히려 돋보인다. 도의회 의장은 도지사와 지방자치제 쌍두마차다. 의장이 주어진 직능을 제대로만 발휘하면 도의 일방독주에 제동을 걸어 도정이 합리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민복리 향상과 지역개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

그렇다면 박 의장은 그동안 실천적 행동이나 의사 표시로 자신의 취임 구상을 확장하는 데 전념했는가. 의장직을 맡은 후 지난 3개월 사이에 일어났던 지역 최고 이슈를 들라 하면 홍준표 도지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실형을 받은 것과 역시 홍 지사와 관련한 시국 현안으로 도지사 주민소환이 무산된 것을 들 수 있다. 전자는 도의회와 무관하지만 후자는 직접 연관된 쟁점이다. 의회가 도청을 편들어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 시책에 가세하는 바람에 돌파구를 찾던 주민들이 지사 소환 카드를 뽑아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의회는 민권운동에 대한 어떤 견해도 내놓지 않았다. 대민소통을 제일의의 과제로 삼겠다던 큰소리가 공명으로 남는 까닭이다. 도의회 의장은 의사봉을 잡음과 함께 불편부당의 공정성부터 먼저 길러야 한다. 여당 의원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의장을 여당 소속 의원이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당선되는 순간 당의 개념을 떠나 중론이 뭔가를 살펴야 하고 주민이익과 민권 신장을 위해 소아를 버릴 수 있는 정신무장을 해야지만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의장이 당론에 집착하거나 파당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의회가 거수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 각오 없이 소통과 협치로 도민행복을 추구하겠다는 말의 잔치는 허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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