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경남도의회가 제2회 추경 세입·세출예산안 심의에서 학교급식 종사자들이 소급 지급받기로 한 급식비 24억 원을 절반 넘게 깎으면서 비정규직 학교 노동자들의 처우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경남도교육청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급식종사자에게 월 8만 원의 급식비를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6~9월까지 소급적용하기로 했다. 도의회가 깎은 예산은 소급 적용 금액에 해당하는 13억 8000만 원이다. 도의회는 비정규직의 82%가량이 급식비를 면제받고 있다고 하면서 4개월간 급식비를 소급 적용하면 중복 지원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다수 급식종사자가 급식비를 면제받는다고 하더라도 밥을 먹지 못한다면 있으나 마나 한 지원이다. 이런 점에서 급식비 지급은 중복 혜택이라기보다는 밥도 제때 먹지 못하는 급식노동자들의 건강에 대한 돌봄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도교육청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이중 지원 논란을 무릅쓰고 급식비 지급에 합의한 것은 이런 특수한 사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열악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도 반영되었을 것이다. 더욱이 이 합의는 여러 차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친 것으로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도의회가 공적 기관의 조정까지 거친 합의를 가볍게 무시하는 것은 경솔하다고 할 수 있다. 도민의 예산이 공정하게 배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화와 조정을 통한 당사자 간의 원만한 타협, 중립적 공공기관의 중재,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 등 우리 사회의 핵심적 가치들이 쉽게 도외시되어서는 안 된다. 임금 협상이 순조롭게 결론을 맺지 못했을 때 발생했을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도의회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중한 것이 무엇인지" 되새기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제 손으로 급식을 차리는 이들의 급식비가 면제된 것을 '지원'이라고 말하는 도의회의 태도는 야박하고 매몰차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어렵사리 맺은 임금협약이 없던 일이 되면서 도교육청의 일이 바빠졌다. 도교육청은 급식종사자에게 급식비를 지급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거나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힘을 쏟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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