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노래 포기 않으니 꿈이 '내게로' 중학생 때부터 객지서 운동…노래할 때 행복했던 기억 되살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은 '잘 하는 일' 또는 '직업'과 같은 말이 아니다. 가혹하게도 그것의 반대말인 경우도 있다. 이것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일 앞에서 머뭇거리는 이유일 테다.

하태양(24) 씨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하고 본다. 그리고 이제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고 있다. 남보다 느릴지라도 언젠가 꿈을 이룰 수도 있다는 걸.

진주 출신인 하 씨는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 영향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마산에서 홀로 생활했다. 운동을 하다가 다른 사람과 마찰이 생겨도 혼자 감당했다. 그래도 포기는 하지 않았다. 창원대학교 체육학과에 진학했고 얼마 뒤 군대에 갔다. 그때부터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생각을 하는데 어렸을 때 기억이 났어요. 노래를 잘 하진 않지만 노래를 부를 때 행복했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노래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실력을 아는 군대 선·후임들이 엄청 말렸지만요. (웃음)"

하태양 씨는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우보라 기자

하 씨는 전역을 하고 정식으로 노래를 배우기로 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로 갔다.

"고생 엄청 했어요. 생활비, 레슨비 등 돈이 많이 드니까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죠. 그런데 선생님이 다른 친구들보다 제가 실력이 향상되는 속도가 느리대요. 저도 알고 있어요. 제가 노래를 엄청 잘 하지 않는다는걸요. 노래를 하는 다른 친구들이 제가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웠다는 걸 알고는 깜짝 놀라더라고요. 발성도 제대로 안 돼있다고요. 하지만 전 서울에서 보낸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을 원없이 해본 시간이잖아요."

학업을 이어가야 했다. 서울 생활을 접고 다시 학교가 있는 창원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노래를 포기할 수 없었다. 밴드 동아리에 들고 유명 가수들의 커버곡을 불렀다. 그러다 음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곡을 할 줄 모르지만 무작정 해보기로 했다.

"서울에서 연습할 때 익힌 멜로디가 있었거든요. 입으로 흥얼거리던 멜로디를 음원으로 만드는 게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고생 좀 했죠."

하 씨는 지난 9월 '밥 먹었니?'라는 곡을 냈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노랫말로 담은 이 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하 씨는 요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았기 때문이다.

우선 테니스 선수로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 씨는 최근 열린 전국체전 테니스 단체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틈틈이 버스킹(길거리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는 행위) 공연을 하고 있다. 가요제에 출전하고 노래 관련 TV프로그램에 출연 지원도 했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은 망설이지 않고 한다.

"음원을 내고 얼마 뒤 군대 후임에게서 메시지가 왔어요. 제가 노래를 배우겠다고,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할 때 솔직히 비웃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결국 음원을 낸 걸 보고 놀랐대요. 정말 할 줄 몰랐다고요. 전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전 제가 원하는 걸 이룬 것 같아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