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맘대로 여행] (90) 충북·대전 대청호 오백리길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갈대>

푸른 물결을 따라 500리 진한 계절을 선사하는 대청호 오백리길. 대청호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호수로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조성됐다. 이 대청호를 따라 '대청호오백리길'이 조성돼 있다. 대전 대덕구 신탄진의 대청댐 아래에서 출발해 충북 옥천과 보은, 청주, 다시 대청댐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총 27개 구간이다.

호수 위로 해발고도 200∼300m의 야산과 수목이 어우러진 빼어난 풍경을 선물하는 굽이굽이 이어진 길가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잘 알려졌다. 대청호오백리길 홈페이지(http://www.dc500.org)에는 구간별 소개와 함께 가족·연인에게 추천하는 코스와 교육여행, 계절별 추천코스와 드라이브·자전거·산악 등 다양한 테마여행을 안내하고 있다.

우선 길의 시작인 대청댐 전망대에 섰다. 계절은 시시때때로 풍경을 바꿔 놓지만 대청호는 흐르는 듯 멈춘 듯 잔잔하다. 켜켜이 멀어지는 산들이 푸른 호수와 조화를 이뤄 답답한 마음을 위로한다.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 추동습지.

대청댐에서 흐르는 물길을 따라 깊은 가을로 안내하는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호반낭만길)으로 향했다.

시작은 마산동 삼거리 미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미륵원 방향으로 들어가지 않고 도로를 따라 추동 쪽으로 약 200m 내려가다 왼쪽으로 난 들길로 접어들어 갈대밭과 대청호수를 따라 10분 정도 걷다 다시 도로로 빠져나와 마산동 정류소 삼거리에서 왼쪽 대청호수 방향으로 걸음을 튼다. 양쪽 포도밭 하우스를 지나면 아름다운 S자 갈대밭이 기다리고 있다.

이 둘레길은 권상우·김희선 주연의 드라마 <슬픈 연가>를 촬영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가을이면 국화축제가 열리는 가을이라는 뜻이 담긴 가래울마을(추동)로 향한다. 이 즈음에 대청호 자연생태관이 자리하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대청호반 국화전시회가 열리는 대청호자연생태관은 잘 가꾼 정원과 갖가지 꽃이 여유를 선물하는 곳이다. 구절초와 각종 야생 꽃이 활짝 자태를 뽐내는 가운데 속이 꽉 찬 국화꽃 봉오리들이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마친 듯하다. 2층 생태관에서는 대청호를 조성할 때 수몰된 대전 동구 지역 옛 생활모습과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생태관을 나와 대청호가 보이는 쪽으로 걷다 보면 덱로드가 잘 조성된 추동 습지를 마주한다. 추동 습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고 다양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자연의 콩팥'이라 부른다고 한다. 구불구불 덱길을 따라서 걷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새삼 가을임을 깨닫게 해준다. 청량하기 그지없는 하늘 아래로 은빛 갈대가 바람에 흔들린다. '쏴∼ 쏴∼'

가래울마을을 둘러 나와 연꽃마을(주산동)로 발길을 돌린다. 가는 길목에서는 황새바위도 볼 수 있다.

굳이 정해진 순서에 맞출 필요는 없다. 발길 닿는 대로 걸어도 좋고 창문을 활짝 열고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적어도 이 계절엔.

<4코스 요약> 

대전 동구 말뫼(마산동 삼거리)→B지구→<슬픈연가> 드라마 촬영지→전망 좋은 곳→대청호반길(6-1)→가래울→교촌→대청호 자연생태관→습지공원→추동 취수탑→대청호반길(6-2)→황새바위→연꽃마을→원주산→상촌→고용골(상곡사, 송기수 묘)→금성마을 삼거리→신선바위→엉고개→제방길→신상교→대전 동구 신산동 오리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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