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45개교 사진·자료·지역사 한눈에

지난주 경남교육청 1층 로비에서 빛이 바랜 흑백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이날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은 90년 전 치러진 한 학교의 졸업식을, 76년 전 일제 강점기에 열린 운동회를 사진으로 보면서 추억을 되새김질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도교육청이 학교역사찾기 운동의 하나로 마련한 '개교 100년 학교 이야기' 전시회는 창학 1세기를 넘는 도내 45개 학교의 역사를 사진에 담았다. 경남교육청이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해 온 학교역사찾기 운동이 서서히 그 결실을 보고 있다.

가장 오래된 진주초교…첫 사립학교 창신고

이번 전시회는 도내에 개교 100년 이상 된 학교 45개교의 이전 모습을 오롯이 담아냈다. 도내 전역에 흩어져있는 자료를 찾고자 경남교육청 민원기록담당 연구사와 시군교육지원청 장학사들은 약 2개월간 도내에 있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학교를 직접 찾았고, 학교의 역사를 전시회로 이끌어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한 세기 경남의 학교 역사를 들여다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진주초교(1895년 개교) - 한국전쟁 때 소실된 진주초교 옛 모습.

도내에서 개교 100년이 넘은 초등학교 40곳, 중학교 3곳, 고등학교 2곳 등 총 45개교다.

지역별로는 창원이 성호초(1901년 개교), 웅천초(1906년), 창원초(1907), 진동초(1908), 경화초(1912), 도천초(1912), 창신중·고(1908), 성지여중(1910), 마산여고(1915) 등 10곳으로 가장 많고, 진주가 진주초(1895), 배영초(1908), 봉래초(1910), 정촌초(1916) 등 4곳, 함양에도 지곡초(1907), 백전초(1908), 함양초(1911), 안의초(1912) 등 4곳의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학교가 있다. 또, 합천에는 초계초(1907), 합천초(1908), 삼가초(1911), 사천에도 사천초(1905), 삼천포초(1905), 곤양초(1911) 등 3곳의 학교가 있다. 이 밖에도 거창 거창초(1907)와 위천초(1912), 산청 산청초(1908)와 단성초(1908), 하동 양보초(1907)와 하동초(1907), 남해 남해초(1905)와 이동초(1910), 함안 칠원초(1906)와 함안초(1908), 김해 동광초(1898)와 합성초(1909), 양산 양산초(1906)와 보광중(1916), 창녕 창녕초(1905)와 영산초(1908) 등도 창학 1세기가 넘는 학교다. 통영초(1908), 고성초(1906), 의령초(1910), 밀양초(1897), 거제초(1907) 등도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로 1895년 경상우도소학교로 시작한 진주초등학교의 옛 모습도 볼 수 있고, 경남 최초의 사립학교 창신고등학교의 전신인 창신학교의 1922년 졸업식 풍경도 담겼다.

창신고교(1908년 개교) - 1924년 완공한 호주식 교사.

이번 전시회는 경남교육청을 시작으로 12일과 15일에는 창원컨벤션센터, 29일 마산창동 문화거리 등 도내 전역을 돌며 순회 전시를 할 예정이다. 전시자료는 경남교육기록유산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서비스하고, 추후 도록으로 편찬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경남교육청 문현주 기록연구사는 "학교에만 깊숙이 묻혀 있는 자료를 세상에 끄집어 낸 데 의미가 있다"면서 "개교 100년 학교이야기 전시회가 파란만장했던 근현대사에서 명맥을 이어온 경남 교육의 역사를 한눈에 볼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역사찾기운동, 2만 건 넘는 발굴 자료

2009년 학교역사찾기 운동을 시작한 경남교육청은 창원유목초를 거점학교로 선정, 유목초 별관에 경남교육역사기록관을 개관해 현재까지 교육사료 보존과 전시시설로 운영해 오고 있다. 교육청은 7년간의 학교역사찾기 운동을 통해 2만 339건의 교육사료를 수집했다. 문서 1503권을 비롯해 1만 605건의 시청각 자료, 6000건의 각종 간행물, 교과서 902권, 행정박물 1309건 등 2만 종이 넘는 귀중한 사료를 발굴해 냈다. 자료 중에는 1907년 소학교 보조금 척문(영수증)을 비롯해 60년대 현충일과 6·25 관련 포스터 등 당시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자료도 상당수 포함됐다.

마산여고(1915년 개교) - 1936년 운동회 안내도.

이 가운데 3606종은 기증을 통해 유치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는 1960년 이전에 개교한 도내 241개교의 시청각기록물을 수집한 데 이어, 올해는 도내 학교(관련기관 포함)를 상징하는 CI, 교표, 교화, 교목, 교가 등 4000여 건을 찾아냈다.

문현주 기록연구사는 "학교의 역사를 되살리고, 경남교육의 발자취를 알 수 있게 할 학교역사찾기 운동은 지역 내 교육역사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수집, 전문 관리와 보존을 통해 '경남교육 브랜드'로 창조하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은 교육적, 역사적 기록물을 소장 중인 일반인에게 자발적인 기증도 받고 있다. 수집 대상은 △학교 핵심적인 업무수행을 증명하거나 설명하는 기록 △학교나 개인 지위, 신분, 재산, 권리, 의무를 증명하는 기록 △지역사회 역사경험을 증거할 수 있는 기록 △지역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 제도 결정이나 변경과 관련된 기록 △지역사회 관심사항이 되는 주요 사건이나 사고 기록 △외국 공공기관이나 학교와 협력, 상생 등 교류활동에 관한 기록 등 교육과 역사, 행정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것 등이다.

교육역사기록물과 관련한 기증 문의는 055-268-1331로 하면 된다.

1941년 일제 강점기 진주초교 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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