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링·평행봉 3관왕…양학선 꺾고 노익장 승, "나이는 숫자 귀감되길"

리우올림픽에서는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국가대표 체조 최고참 유원철(33·경남체육회)이 전국체전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유원철은 충남 천안 남서울대 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체전 기계체조 남자일반부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유원철은 지난 9일 치러진 제2경기 개인종합에서 합계 86.00을 받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일에는 자신의 주종목인 링과 평행봉에서 각각 금메달을 추가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날 남서울대 체육관은 다른 경기장과는 달리 많은 취재진으로 붐볐다. 이들은 한국 체조 간판스타 양학선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카메라셔터 세례를 퍼부었다.

유원철은 양학선과 링 종목에서부터 라이벌로 맞붙었다. 먼저 링을 잡은 양학선은 비교적 실수없이 14.55점을 받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네 번째로 링을 잡은 유원철은 긴장한 내색 없이 경기를 풀어나갔다. 깔끔했다. 그러나 양학선과 같은 14.55라는 점수가 전광판에 찍혔다. 감점 여부에 따라 메달색깔이 달라지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다른 선수들 경기가 끝나기까지 5분가량 경남 임원들은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었다.

▲ 경남체육회 유원철이 기계체조 링 종목에 참가해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결국 실수를 적게 한 유원철에게 금메달이 돌아갔고 이를 지켜보던 경남 임원들은 박수와 환호 대신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들었다.

이어 치러진 평행봉에서도 유원철은 14.90을 받았지만 다시 동률을 기록한 탓에 손에 땀을 쥐는 상황이 재현됐다. 여기서도 유원철은 감점이 적어 금메달을 추가할 수 있었다. 유원철은 철봉에서도 14.625를 기록해 동메달을 따냈다.

유원철은 한국 기계체조 대표선수들이 리우올림픽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탓에 그동안 심적 부담을 가져왔다. 맏형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이에 유원철은 리우올림픽에서 돌아온 뒤 창원 합포중학교에서 추석도 반납한 채 훈련에 매진했다. 전국체전에서는 금메달을 따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자신감을 심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기구가 잘 맞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지만 실수도 없이 경기해 금메달을 딸 수 있어 기분 좋다"면서도 "예전에는 선배들이 비교적 일찍 은퇴했다. 하지만 나는 더욱 열심히 해서 나이가 많아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유원철은 "목표도 있고 아직 미련이 있어 계속 운동을 할 생각이다. 그래서 한창 젊었을 때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고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다음 아시안게임이나 도쿄올림픽까지는 욕심내지 않는다. 그냥 한 해 한 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러다가 만약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마다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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