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엉덩이뼈 골절로 시련…밤낮없이 훈련 '금' 들어올려

지난 7일 충남 아산 온양고 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체전 역도 여고부 53㎏급 경기. 3차 시기 경기대에 오르는 경남체고 이해주(3년)의 굳은 표정에는 긴장감이 여실히 묻어났다. '흔한' 파이팅이라는 기합조차 외칠 심적 여유가 없는 듯 보였다.

74㎏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그는 좀처럼 일어서지 못했다. 앞선 1차 시기에서 한 차례 실패했던 탓에 '혹시 또'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관중도 숨죽이면서 잠시 시간이 멈춰진 듯 경기장에는 적막감만 가득했다. 힘겹게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는 순간 '삑' 소리와 함께 '성공'이라는 글자가 반짝였다.

이제 경쟁자들의 성공 여부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진다.

1차 시기에서 71㎏에 성공한 김해영운고 박선영은 2차 시기에서 74㎏에 실패하고 3차에서는 75㎏에 도전했다. 하지만 75㎏을 들지 못했다.

또 다른 경쟁자 강원체고 유연주 또한 1차 시기 70㎏, 2차 시기 73㎏을 들어올려 3차 시기에서 75㎏을 신청했다. 유연주가 무대에 오르는 순간부터 관중석에서는 '금메달'을 외치는 응원 소리가 울려 퍼졌다. 머리 위로 75㎏ 바벨을 쉽게 들어올린 유연주는 이제 일어서기만 하면 금메달이다. 비틀비틀 어느 정도 일어서던 순간 유연주는 균형을 잃고 바벨을 앞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동시에 뒤에서는 '아자, 아자' 외침이 울려 퍼졌고, 지켜보던 이해주와 김하나 경남체고 코치는 얼싸안고 있었다.

제97회 전국체육대회가 충남 아산시 일원에서 열리는 가운데 7일 오후 아산시 온양고등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역도 여자고등부 53㎏급에 출전한 경남체고 이해주 선수가 용상 경기에서 95㎏을 들어올려 금메달을 확정 짓고 있다. 이해주 선수는 인상 74㎏과 용상 95㎏을 성공해 합계 169㎏으로 3관왕을 차지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용상에서도 95㎏을 들어 올린 이해주는 유연주가 96㎏에 실패하면서 인상과 용상, 합계(169㎏) 3관왕을 차지했다.

이해주는 "지난해 부상을 당한 이후 성적이 안 나와 너무 맘고생이 심했어요. 오늘 무리해서 평소 기록 이상으로 올려서 도전했습니다. 아직 실감이 안나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동안 묵묵히 지켜보며 격려해주신 부모님과 코치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펑펑 쏟았다.

김하나 코치는 "전국 최고 기록을 보유한 선수였는데 지난해 엉덩이뼈 골절 이후 슬럼프에 빠졌습니다"며 "밤낮없이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지 몰라요. 체전 전에 체중을 높이려고 애를 썼지만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으면 중량이 늘지 않았어요. 출전을 못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까지 했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성적까지 내줘서 매우 고맙고, 감격스럽고, 또 보람을 느낍니다"고 말했다. 그녀 또한 흐르는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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