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꿈을 향해 달려가는 김범수 학생…전쟁·난민 등 담는 '사진 기자'꿈 품어

"사실 저 평범하게 지내지는 않아서 학교에서 욕을 많이 먹어요. 알아요. 우리나라 학교는 진학 공부가 중요하죠. 네, 저 공부 못해요. 학교에서 까불기도 많이 까불고 시끄러워요."

맞다. 솔직히 처음 만난 순간 많이 까불게 생겼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아로 인식되는 건 마음이 많이 아파요. 저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떳떳하죠."

이 말을 할 때는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어디 갖다놔도 잘 살 것 같은 녀석이네, 라고 생각했다.

범수 학생이 낸 책 <소년, 꿈을 찾아 길을 나서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일 년간 교환학생 생활을 담았다.

최근 책 한 권이 우연히 내 손에 들어왔다. <소년, 꿈을 찾아 길을 나서다>는 제목이다. 한 고등학생이 미국 알래스카에서 일 년간 교환학생 생활을 한 이야기다. 책을 쓴 이는 김범수(18) 학생, 현재 마산 창신고 2학년이다. 고향은 창원시 진해구, 부모님은 두 분 다 군무원이시란다.

책 앞부분에 북인도 히말라야 라다크 지역에 있는 스톡 캉그리(6150m) 정상을 향해 등반하던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알래스카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히말라야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어린 나이에 히말라야 정상 등정이라니, 확실히 독특한 녀석이다.

인도 히말라야 스톡 캉그리 등반 중 잠시 휴식을 취하는 범수 학생.

"초등학교를 진해에서 나오고, 중학교는 전북 전주에 있는 화산중학교라고 기숙형 자율중학교에 다녔어요. 부모님이 보내셨죠. 대안학교까지는 아니어도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는 곳이었어요. 아휴, 뭐 많이 놀았죠. 공부 빼곤 다하고 살았어요. 컴퓨터 게임 폐인에다 온갖 스포츠를 다 섭렵했죠. 그러다 이렇게 계속 살면 안 되겠다 싶었고요. 부모님과 함께 중3 여름방학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몸으로 체험하는 것을 하자는 걸로 결론을 내렸어요. 그러다 한국 로체 청소년 원정대를 알게 되었어요. 히말라야 원정이라니 멋있잖아요."

정상에 선 모습.

범수 학생은 2013년 중3 겨울방학 때 2주 코스의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했고, 2014년 고1 여름 방학 때는 인도 히말라야 스톡 캉그리 정상을 밟았다. 두 번의 히말라야 등반에서 얻은 게 뭘까.

"정말 모든 게 힘들었어요. 그야말로 죽겠더라고요. 그런데 저와 힘든 과정을 함께 겪은 사람들이 대단했어요. 주변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에요. 삶의 방식과 목표도 다르고요.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정도나 희생정신이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어요. 그런 사람들과 있으니 학교에서보다 배울 게 더 많았어요."

고1 여름방학 때 히말라야를 다녀오고서는 마산 창신고로 전학했다. 전주에서 중학교를 나왔으니 그 주변 고등학교에 진학했었다. 하지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여전히 공부는 뒷전이고 피시방을 들락거렸다. 안 되겠다 싶어 결국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학교를 옮긴 것이다. 전학 이후 범수 학생의 학교생활이 나아졌느냐고? 그는 책에 이렇게 썼다.

"전학을 와서 마음을 다잡았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나아지는 게 없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네팔에 같이 다녀왔던 선민이란 친구가 (미국으로 교환 학생을) 간다고 했다. 그 친구한테 정보를 얻었다. 유학보다 교환학생이란 게 매력이 있어 보였다. 1학년 겨울방학 때 부모님과 상의 후 최종 결정을 내렸다. 2월에 원서를 쓰고. 여름에 출국하는 걸로."

알래스카에서 친구와 즐거운 한때.

알래스카에서의 생활은 대만족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과는 달랐어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란 걸 뼈저리게 느꼈고요. 학생들이 수동적이지 않았어요. 교사도 학생도 서로 존중하고 하는 게 정말 인상 깊었어요. 다양한 수업, 활동이 있고, 기본적으로 시간표를 자신이 짜고 자기가 관심 있는 수업을 들어요. 그러면서도 학교에 그렇게 오래 있는 것도 아니에요. 7시 30분 등교해서 오후 2시면 수업이 끝나죠. 이 짧은 시간 안에서도 학생 자치 활동이 활발하고요. 학교를 다니면서 즐길 만한 일들이 정말 많아요."

그렇게 일 년을 보내고 돌아왔다. 솔직히 미국에서 계속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생활비며 학비가 만만치 않았다.

"미국에 있으니 학비와 생활비가 정말 많이 들더라고요. 제가 더 있으면 부모님 경제적 부담이 클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대학을 가자, 미국으로 다시 교환학생을 가자, 알래스카로 다시 가자고 생각했죠. 그러려고 지금 두 가지 정도 길을 알아두었어요. 쉽지 않죠.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남들이 안된다고 하는 일을 해서 되게 만들었잖아요. 어쨌거나 시도는 해야죠."

미국 생활에서 범수 학생은 확실하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바로 사진이다. 어릴 적부터 관심이 있는 것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꿈꿔 본 적은 없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여행을 좋아하셨어요. 부모님 따라 전국 안 돌아다닌 데가 없어요. 엄마가 여행 갈 때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면서 사진을 찍으셨죠. 그저 막 엄청나게 많이 찍으셨죠. 사진을 그렇게 접했어요. 그러다 중 2때 집에 대청소를 했어요. 엄마가 정리해놓은 옛 사진 앨범을 발견했죠. 그걸 보는데 아, 너무 좋더라고요. 이게 사진의 매력이구나. 사진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찍을 때는 보통 1초가 안 되는 아주 빠른 시간에 2차원적인 시각 자료로만 저장이 되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내가 그 사진을 다시 보았을 때는 아주 복합적인 느낌이 들거든요."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가슴에 새겼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기자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인데 그냥 사진 기자보다는 목표가 더 크다.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고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걸로 남들이랑 소통하는 걸 좋아해요. 원래는 아나운서가 꿈이었는데, 기자라는 직업이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거더라고요. 그리고 사진의 매력을 알고 나서는 사진 한 장이 주는 의미가 엄청나게 클 수도 있더라고요. 그 사람이 찍은 사진이 세상에 퍼지고 그게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를 하더라고요. 그 힘이 존경스러웠어요. 알래스카에 다시 가게 되면 방학 때 언론사에서 인턴십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국제통신사의 기자로 일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시아 쪽으로 발령을 받아서 외신기자로 한국생활을 하고 싶고요. 결국은 전쟁, 난민, 기아, 자연재해와 관련해 그 최전선에 있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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