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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길]이 풍경 하나면 족하지 아니하오

[남해바래길에서 사부작] (19) 6코스 말발굽길 마을 고샅고샅
뜻 다른 두 '지족' 마을 사이 지족해협…농가섬 향하는 다리는 죽방렴 관찰소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입력 : 2016-10-07 13:10:49 금     노출 : 2016-10-07 13:57:00 금

뜻 다른 두 '지족' 마을 사이 지족해협

◇지족 마을들 = 6코스 말발굽길이 시작하는 지족해협은 남해군 삼동면 지족마을과 창선면 지족마을 사이에 있는 바다를 일컫는다. 두 마을은 원래 창선도와 남해도를 잇는 나루터였다. 지난 1980년 6월 5일 창선교가 완공되어 서로 이어졌다. 지금 있는 창선교는 지난 1992년 기존 다리가 무너져 1995년 다시 지은 것이라 한다.

재밌는 건 같은 지족이란 이름을 쓰지만 한자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창선면 지족마을은 나루가 있던 마을이고 샘이 좋다란 뜻에서 ‘새미나루’라고 불렸다. 이후 ‘세민날’로 이르다가 언제부터인지 지족(只族)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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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 창선면 당저1리(해창마을)에서 바라본 지족해협과 건너편 삼동면. / 이서후 기자

이에 비교해 삼동면 지족마을은 지족(知足)이라고 쓴다. 옛날 남해섬 사람들이 창선으로 갈 때 ‘발(足)이 멈추어져서 건너게 되는 것을 알았다(知)’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해석으로는 죽방렴과 지족해협 주변에서는 나는 해산물이 풍부해 굳이 먼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으니 ‘족함(足)을 안다(知)’는 말도 있다. 또는 자기 분수를 알면 잘살고, 과욕이나 허욕을 부리면 가난한 마을이 될 것이라는 어느 스님의 가르침을 담아 지족(知足)이라고 했다는 기록도 있다.

삼동면 지족마을은 예로부터 큰 고을이었다. 지금은 지족1리, 2리, 3리 세 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현재 제일 번화한 곳은 삼동면사무소가 있는 지족3리 마을이다. 이곳은 오래전 ‘원님등’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남해 현령이나 목관들이 창선으로 가는 나룻배가 오길 기다리며 쉬던 곳이라는 뜻이다. 지족2리는 세 마을 중 제일 해안에서 멀다. 가장 먼저 생긴 마을이어서 본마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마을은 400년 이상 되었다고 하는데 옛 이름은 ‘화두(花斗)’였다고 한다. 남해섬 전체를 연꽃 모양으로 보면 지족2리가 꽃술자리라서 꽃의 머리라는 뜻으로 그렇게 불렸다고 기록은 전한다.

농가섬 향하는 다리는 죽방렴 관찰소

◇죽방렴 = 지족1리마을은 삼동면 지족마을 중 왼쪽 끝머리에 있다. 200여 년 전 너무개라는 곳에 기와궁이 있어 기와고개란 뜻으로 와현(瓦峴)라고도 불린다.

마을 앞에는 조그마한 농가섬(弄歌島)이 있다. 옛날에 추수를 끝낸 주민들이 썰물이 되어 드러난 갯벌을 통해 건너가 놀았던 곳이다. 그 앞으로 보이는 섬이 장고섬(長鼓島)이다. 말 그대로 장구 모양을 하고 있다. 마을회관 남쪽 언덕이 꽃밭을 이루기에 화전등(花田嶝)이라 부르기도 하고, 마을해안이 반달 모양이라 해서 ‘달반월’ 혹은 ‘달반늘’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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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선교 아래 죽방렴과 그 너머로 보이는 삼동면 지족3리마을. / 이서후 기자

지금은 농가섬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놓여 있는데, 이곳은 죽방렴(竹防簾)을 관찰하는 시설이다. 죽방렴은 순우리말로 ‘대나무 어사리’라고 한다. 어사리는 그물을 쳐서 한꺼번에 많은 고기를 잡는 것을 이른다. 남해섬뿐만 아니라 조수간만의 차가 큰 곳에서 두루 행하던 어로 방식이다. 하지만, 남해 지족해협에 있는 죽방렴이 기록상 역사가 500년이 넘어 가장 오래고 지금도 잘 보존되고 있어 가치가 크다. 지난 2010년 남해 죽방렴을 포함한 경관이 국가지정 명승 71호로 등록됐다. 죽방렴에서는 갈치, 학공치, 장어, 도다리, 농어, 보리새우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힌다. 물론 그중 멸치가 80%로 가장 많다. 고기잡이는 3월에서 12월까지 이뤄진다고 한다.

뱃길 지켜달라고 제 올리던 '당저마을'

◇해안 창고와 거북섬, SOUTH CAPE = 창선교를 지난 바래길 6코스가 두 번째로 만나는 마을이 당저2리다. 당저(堂底)라는 이름은 창선면에서 제를 올리던 당집이 있던 산아래 마을이라는 뜻이다. 본래 당저마을은 지금 당저1리다. 당저2리는 해창마을로 불렸다. 해창(海倉)은 해안에 있는 창고란 뜻이다. 고려시대부터 이곳 창고에 나라에 바치는 조세와 곡물, 특히 문어, 미역, 해삼 등을 모았다가 바닷길로 서울까지 옮겼다고 한다. 서해안∼인천∼한강을 거쳐 노량진에 이르는 먼 여정이었다. 가는 길에 폭풍을 만나면 배가 침몰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바다신에게 제를 올리던 곳이 바로 창선면의 당집이다.

당저2리를 지나면 부윤2리마을이다. 마을 앞에 섬이 하나 가로로 길게 누워 있다. 그 모양이 거북이처럼 생겨서 구도(龜島·거북섬)라고 부른다. 그래서 마을 옛 이름이 구도마을이다. 조선시대에는 마을과 구도 사이에 다리가 있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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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선면 부윤2리마을 위쪽에서 본 지족해협. 멀리 창선교가 보인다. 오른편 큰 섬이 구도(거북섬)로 옛 마을이 여기서 나왔다. / 이서후 기자

구도마을에서 장포마을로 가는 길에 문득 만나게 되는 게 창선면 오른쪽 끄트머리를 온통 차지한 골프리조트 시설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이다. 지난 2013년 11월에 문을 연 후 배우 배용준·박수진 부부가 신혼 첫날을 보내 유명해졌고, 이후 송승헌·유역비 커플이 다녀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바래길이 직접 이곳을 지나지는 않는다. 내부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바래길 안내판에는 주변 볼거리로 적혀 있다. 물론 바래길을 걸으며 아무렇게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골프장 이용료를 내거나, 숙박을 해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사우스케이프는 국내 최고로 인정받는 18홀 규모 퍼블릭 골프장과 클럽하우스, 7성급 스위트 호텔인 ‘리니어 스위트’, ‘클리프하우스’로 불리는 절벽 위 빌라들로 이루어진 고급 휴양시설이다. 시설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잘 꾸며져 있다. 설계에만 2년 6개월이 걸리고, 멕시코에서 직접 미장공을 불러 시공했다는 클럽하우스는 그 독특한 모양이 바다와 잘 어우러진다.

이 휴양시설 내부로 숙박객을 위한 트레킹 코스가 나 있는데, 완주하는 데 4∼5시간 정도 걸린다. 그만큼 터가 크다. 아직도 남은 터가 꽤 있고 지금도 계속해 시설을 짓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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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뮤지컬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