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지면평가위원회 9월 회의…지진 기사 정보깊이 부족, 독자 궁금증 해소 안돼

걷기 좋은 초가을 날씨를 보인 지난 3일 경남도민일보 지면평가위원회(위원장 변기수)는 나들이를 겸해 평가회의를 열었다. 위원들은 창원시 비음산 둘레길을 걸은 뒤 사림동에 있는 변기수 위원장 집으로 장소를 옮겨 9월 한 달간의 지면을 평가했다. 땀 흘린 뒤 시원한 음료로 갈증을 해소하듯 따듯함과 냉철함이 돋보이는 평가들이 쏟아졌다.

9월치 지면평가에서는 전국을 뒤흔든 지진 관련 보도가 역시 핵심 키워드였다. 지진 보도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장애인이나 약자들이 재난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한 기사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상민 위원 = 9월 2일 자 1면 '장애인 사업장 예그리나 결국 버려졌다' 기사는 장애인 관련 기사를 머리기사로 정한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실상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사가 지적한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 대한민국 민간기업은 정부가 주도하지 않는 이상 사회공헌에 매우 인색한데 이런 기사가 채찍이 될 것이다. 같은 날 4면 '화재 발생 땐 속수무책 거동 불편자 대책 시급' 제휴 기사를 보면 중증장애인이 화재로 사망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창원시에서도 주거지원개선 사업이라는 예산 항목이 있는데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다. 같은 맥락에서 28일 자 '시민단체, 장애 유형별 맞춤형 재난 대책 마련 요구' 기사도 장애인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임신부나 노인·어린이 등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데, 경남도와 시·군 담당부서 입장이 궁금하다.

경남도민일보 지면평가위원회가 지난 3일 창원시 사림동 변기수 위원장의 작업실에서 열렸다. /정봉화 기자

◆김주일 위원 = 13일 자 4면 '역대 최고 강진 전국 덮쳐' 기사가 4면에 배치된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 1면에 실린 추석 기획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지진의 영향력이 컸다. 추석이 끝난 뒤 지진 관련 보도는 무엇보다 전문적인 내용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독자들 관심은 앞으로 지진이 또 발생하느냐에 집중됐는데 관련 내용이 부족했다. 도민 반응과 학교 내진 설계·재난 문자 늑장 발송·원전 문제에 관한 지적은 괜찮았지만 그 내용이 상세하지 못했다. 특히 지진 발생 시 대피 요령에 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지진 발생 전의 준비 상황, 내진 설계된 건물이나 고층일 때와 일반 단층 주택일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처, 노약자와 장애인의 대피 방식에 관한 내용을 추가해 자세히 보도해줬으면 좋겠다. 가장 우려되는 원전 관련 보도는 대부분 보도자료 중심이었고, 자세히 설명하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문상환 위원 = 29일 자 4면 '조선업 발전 국회의원모임 STX조선 권고사직 중단 요구' 관련해 STX조선이 진행하는 권고사직은 사실상 정리해고다. 또한 회사에서 추진하는 아웃소싱은 '양질의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이상한 방식이다. 이러한 모습은 조선업뿐 아니라 S&T중공업과 대림자동차 등 지역 중견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S&T중공업은 2003년 당시 통일중공업을 인수한 후 지금까지 정규 생산직 신규입사자가 거의 없다. 회사는 흑자를 내고 있지만, 희망퇴직을 요구하고 있다. 대림차도 200억 원 이상 흑자를 내면서도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기업이 이윤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생산방식 혁신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으로 채워서 만들어내는 방식'이라면 추가 이윤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노동기사에서 이러한 문제제기가 필요해 보인다.

◆변기수 위원 = 27일 자 5면 '도로명 주소 탓에 과태료 체납자 돼' 기사를 보면 주민등록상 서류와 도로명 주소에서 다가구 주택은 상세주소를 사용해야 우편물이 배달되는지, 행정전산망에서 자동전환이 안 되면 전국의 다가구주택에서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기사를 봐서는 이해가 안됐는데, 29일 자 10면 창원시 공무원의 기고 '이름 없는 건물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을 보니까 조금 알 수 있었다. 기사에서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매주 한 차례 나가는 건강정보 기사에서 온통 양방의술만 소개하고 있다. 한방의술 정보를 원하는 독자도 많다. 양방에만 편중되지 않았으면 한다.

◆성춘석 위원 = 1·2·7·12일 자 신문에 거제에서 발생한 콜레라 관련기사가 모두 5건 실렸다. 보건당국 발표 내용을 전달하는 기사와 거제와 통영의 횟집에 손님이 끊겨 지역경제에 어려움이 많다는 기사였다. 물론 횟집을 운영하는 서민경제를 간과할 수 없는 일이지만 '회 드이소 콜레라 상관없습니더'라는 기사제목과 함께 회를 먹는 사진을 실어 콜레라와 회가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게 한 기사는 문제가 있다. 발생원인의 역학 관계조차 밝혀지지 못했는데 서둘러 단체장들이 시식행사를 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는 창원KBS방송의 비판적 보도 방향과 상반됐다. 서민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기사 취지는 이해되지만, 지난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기사였다.

◆이지민 위원 = 6일 자 1면 '우리아이 키즈카페 안전할까요?'는 서울 한 키즈카페에서 발생한 아이 사망사고에서 착안해 우리 지역 키즈카페 안전과 위생을 취재했다. 키즈카페가 위생관련 업종과 안전시설관련업종이 복합된 새로운 형태의 사업인데, 관리주체를 명확히 하면 된다는 것으로 취재를 마친 점이 다소 아쉬웠다. 차라리 소비자원에 접수된 사례를 바탕으로 어떠한 사례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와 관리가 되고 있고,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다뤘으면 더 좋았겠다. 같은 날 6면 '기증받은 CCTV 농촌에선 무용지물'은 농촌에 설치된 CCTV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현실과 문제점, 관계기관의 입장, 향후 계획 등을 모두 심도있게 다뤄 완성도 있는 기사였다.

◆이혜빈 위원 = 6일 자 4면 '우리도 시외버스 타고 고향 가고 싶다'는 다시금 장애인에 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13일 자 7면 '우린 양심 버리지 않아요, 쓰레기 수거 나선 외국인'은 양산 이주노동자 한글교실 활동을 소개했는데, 이 기사를 읽으면서도 역시 이주노동자에 관한 인식이 조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역부족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장애인과 이주노동자 등 우리 사회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드는 기사들이었다.

◆지승훈 위원 = 12일 자 16면 '시골 중학교 배구부 꿈의 스파이크'는 전교생 73명에 불과한 시골중학교 거창 가조중학교 배구부 우승 소식이었다. 경남에도 수많은 스포츠 유망주가 있다. 프로리그 소식만 전하는 스포츠면보다 이렇게 꿈을 키워가는 유망주, 하위리그, 아마추어들의 기사를 접할 때 무척 좋았다. 같은 날 홍준표 지사 관련 기사만 5개였는데, 정치·사회면에 홍 지사가 없었다면 기사가 어찌 나왔을까 궁금해졌다. 다른 도의원이나 시장·군수 행보, 지역 정치인의 기사는 적절하게 비율이 맞는지 궁금하다. 핫이슈도 중요하지만 한곳을 바라보는 사이 스리슬쩍 넘어가는 다른 정치인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참석 위원 = 김상민·김정남·김주일·문상환·변기수·성춘석·이지민·지승훈 위원.

◇보고서 제출 위원 = 김상민·김주일·문상환·변기수·성춘석·이지민·이혜빈·지승훈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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