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으로 가는 필자의 복장은 보통 가벼운 편이다. 공연장을 찾은 타인에게 시각적으로 불편을 주지 않을 정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음악을 전공한 직업상의 특성일 수도 있겠으나 공연장으로 가는 길은 늘 편하고 가벼운 편이다.

하지만 일반 관객의 발걸음과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면 공연장을 찾기 위해 나름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듯한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이기에, 또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연주자에 대한 관객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높이 살 만하나 또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보면 아직 공연장이라는 장소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장소가 아닌 다소 어렵고 형식을 갖춰야하는 장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정장을 차려입고 가야할 듯한 클래식 음악회. 하지만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개념으로 청중 앞에 나타난 음악회가 2000년대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박창수 씨가 시작한 '하우스콘서트'일 것이다.

다양한 음악활동을 하던 그는 2002년 7월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했다. 공연 후 연주자와 20~30명의 관객이 와인과 치즈를 곁들이며 담소를 나누는 소박한 음악회를 만들어냈다. 초창기 필자도 몇 번 방문해 현장 분위기를 직접 느껴봤는데 연주자들과 청중의 집중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연주자의 작은 숨소리, 표정 하나하나까지도 느끼며 연주자와 관객,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하우스콘서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2013년부터는 하우스콘서트 프로그램을 전국 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한 일반 공연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초창기 하우스콘서트처럼 무대, 레퍼토리가 다변화된 음악회 형식은 크지는 않지만 음악계에 잔잔한 파장을 안겨줬고, 그 파장은 1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 지방의 크고 작은 단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도 젊은 연주자나 작은 단체들에 의해 기존 음악회와는 다른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형태의 음악회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대표적인 예가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펀에서 진행하고 있는 '브린디시(Brindisi)' 음악회다. 공연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지역에서 또 하나의 고품격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음악회 중간중간에 방송 토크쇼 형식을 빌려 관객들의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들이 음악과 더불어 소개되기도 한단다.

또 얼마 전에 있었던 프리모앙상블의 기획연주인 '클래식 일상탈출'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연주회는 지역의 젊은 연주단체 4곳이 공동 출연해 요즘 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경연형식을 빌려 다양한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관객에게 제공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공연 형식과 장소 다변화는 지역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주리라 믿는다. 단지 이러한 젊은 연주자나 연주단체들의 노력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이전의 우리 선배들도 젊은 시절 많은 아이디어와 다양한 레퍼토리로 의욕적인 활동을 많이 했으나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단기적 흥행에 집착해 과도한 에너지 사용은 금방 그 추진력을 잃고 사라지게 마련이다. 음악적 내실을 다지면서 멀리 내다보는 안목도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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