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경남시민행동, 안전대책 촉구 결의안 보류 성토

양산에 사는 주부 김모(43) 씨는 지난 추석 이후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추석을 앞두고 일어난 규모 5.8 강진 여파 때문이다.

그는 "지금 사는 아파트가 지은 지 오래돼 자다가도 지진이 일어날까 깜짝깜짝 놀라 깰 때가 잦다"고 하소연한다. 잠을 깊이 못 자고, 잠에 잘 들지도 못해 새벽까지 깨어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기도 하다. 여진이 계속되는 경주지역과 양산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지진이 오후 8~10시 사이 늦은 시간에 주로 발생하는지라 이 시간에는 주로 밖에 나가 있는다. 현재 사는 16층짜리 낡은 아파트보다 나중에 지어진 저층 마을 도서관이 더 튼튼하다는 생각에서다.

생활 속 지진 공포는 김 씨 가슴을 옥죄어 오는데, 사는 곳에서 불과 몇 십㎞ 옆 바닷가에는 핵발전소가 줄지어 20기 가까이 서 있다.

탈핵경남시민행동과 탈핵양산시민행동이 4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경남도의회에 지진 및 안전사고 대책수립과 원전가동 중단, 안전점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이 '혹시나' 하는 마음은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생활이 공포인 이때 지난달 30일 신문과 방송을 통해 흘러나온 소식에 김 씨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경남도의회가 전현숙(국민의당·비례) 의원이 대표 발의한 '활성단층지대 원전(핵발전소) 사고 예방 및 안전대책 수립 촉구 결의안'을 상임위(건설소방위원회)에서 '심사 보류'시켰다는 내용을 보고서다.

김 씨는 "지진 공포로 두려움에 밤잠 설치는 도민 안전이 위태로운 이때 도의회는 가장 시급한 일이 뭔지, 이른바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있다. 경남도와 정부에 안전 대책을 촉구하는 것 외에 지금 더 시급한 일이 뭔가"라며 역정을 냈다.

"경주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활성단층인 양산단층 위로 월성과 고리 핵발전소가 지어진 사실이 밝혀진 게 최근 일이다. 이 양산단층에서 결코 안전할 수 없는 경남도에서 다른 지역보다 먼저 지진 발생 시 일어날 수 있는 핵발전소 사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고도 덧붙였다.

김 씨는 4일 자신과 같은 문제의식을 지닌 탈핵경남시민행동이 도의회 브리핑품에서 한 기자회견에도 동참했다. 탈핵경남시민행동은 지난 2014년 기상청이 발표한 '동아시아 방사성 물질 확산 예측 모델 개발'이라는 보고서를 훑은 결과를 내놨다. "부산 기장 고리 핵발전소에서 일본 후쿠시마 사고 규모 방사선이 누출되면 세슘이 19시간 내에 경남 고성에서 기장군보다 3배 높은 지상 최대 농도까지 오르는 걸로 나왔다"면서 "이리하면 산업도시 울산·창원·김해, 항만도시 부산까지 도미노 폐쇄로 국가가 파산을 맞는다"고 지적했다.

도의회 건설소방위 위원들이 문제 삼은 '전력 수급 차질'을 두고는 "1GW(기기와트)는 핵발전소 1기 설비용량에 비교되는데 국내 총 발전설비는 100GW가 넘는다"면서 "현재 국내 전력소비는 최저 50GW, 이번 여름 폭염 때도 85GW를 안 넘었다. 신고리 5, 6호기는 2.8GW인데 이를 건설하지 않아도 전력수급에 전혀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전력소비 증가율도 낮고 올해 준공 발전소만 10GW가 넘으니 핵발전소가 더는 필요없다"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이를 근거로 "도민 안전을 최우선에 둬야 할 도의회가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고 핵발전 사업자 이익에 맞는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핵발전소 16기(건설 중인 것 포함) 인근에 활성단층대가 활동을 시작했는지 우려되는 이 상황을 애써 축소한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도민 안전 대책을 세우도록 촉구하는 게 도의회 역할"이라면서 "도의회는 활성단층 지대 핵발전소 사고를 대비한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관련 핵발전소 가동 중단, 안전점검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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