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지나서 공개…자체 징계는 솜방망이, 감독에겐 알리지도 않아

NC다이노스의 최우선 가치인 '정의·명예·존중'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NC 구단은 지난달 2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더블헤더 2차전 도중 취재진에 테임즈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알렸다. 구단에 따르면 테임즈는 9월 24일 밤 한국을 방문 중인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의 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귀가하던 중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56%였다.

테임즈의 음주운전은 비난받아 마땅한 사안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구단의 대처였다.

NC는 창단 이후 다양한 사회공헌·지역밀착 활동, 참신한 마케팅 등을 벌이며 '개념 구단'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모범 구단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NC는 이번 사태로 그동안 어렵게 쌓아왔던 '개념 구단' 이미지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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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임즈./경남도민일보DB

올해 NC는 정규 시즌 성적과는 별개로 승부 조작, 선수 가정사 문제 등 불미스러운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7월 21일 투수 이태양이 승부 조작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NC 구단은 사실을 인지한 뒤 이태양에게 자수를 권했고, 곧바로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 성명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발표하며 발 빠르게 대처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 테임즈 사태에서는 그 같은 대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정의·명예·존중'이라는 구단 가치는 무참히 짓밟혔다.

구단은 '정의'롭지 못했다. 구단이 선수 개개인을 일일이 관리할 수는 없다. 하지만 NC 구단은 테임즈의 음주운전 사실을 적발 당일 선수로부터 보고받아 알고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쉬쉬했다. 5일이 지나서야 KBO에 보고하고 취재진에 공개했다. 이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NC는 많은 야구팬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구단의 '명예'는 내동댕이쳐졌다. KBO 징계(잔여 8경기와 포스트시즌 1경기 출장 정지, 제재금 500만 원)와는 별개로 NC의 테임즈에 대한 자체 징계 수준은 벌금 5000달러와 사회봉사 50시간에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일으켰다. LG는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정찬헌에게 구단 자체적으로 3개월 출장금지 처분을 내렸고, 올해 초 kt는 오정복에게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KBO의 징계대로라면 테임즈는 플레이오프 2차전부터는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곧바로 출장시키기엔 비판 여론이 거세다. 그럼에도, 결국 우승이라는 욕심 때문에 구단은 자체 징계 수위를 낮춰버리며 구단의 명예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현장을 '존중'하지도 않았다. 구단 고위층은 테임즈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김경문 감독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이 사실을 몰랐던 김 감독은 29일 더블헤더 1차전에 테임즈를 선발로 출장시켰고, 2차전 진행 도중 구단 관계자를 통해 이 사실을 전달받은 후에야 테임즈를 교체했다. 배석현 단장은 "최근 구단에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 (미안한 마음에) 감독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구차했다.

프로구단은 성적뿐 아니라 이미지로 먹고산다. 성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이미지가 실추되면 팬은 구단을 외면한다. NC는 테임즈 음주운전 사태에서 안이한 대처로 구단 스스로 이미지에 먹칠했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기까지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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