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이스산업, 지금이 기회다] (6) 독일 전시산업 경쟁력

세계에서 가장 큰 전시장을 보유한 독일과 경남 전시산업을 비교하고 대안을 찾는다는 것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독일 전시산업 시작을 잘 들여다보면 경남 전시산업의 현재와 맞닿은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독일전시산업은 메세(Messe)로부터 시작된다. 메세란 중세 유럽 특별한 날에 열렸던 시장을 뜻한다. 독일 전역에 생긴 메세는 18세기부터 지역 경제를 이끄는 축이 됐다.

독일 전시산업이 강세인 이유는 유럽의 중심인 지리적인 이유, 철도·항공 등 교통의 발달, 풍부한 문화유산과 유적지를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 발달, 숙련된 인력과 노하우 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지역별 특성 강화와 전시산업을 지원하는 단체의 활약에 주목하고자 한다.

독일 전시회 역사는 대략 800년이다. 시장 개념으로 시작한 만큼 한 전시회에서 책, 자동차, 거울 등 모든 제품을 비교하고 살 수 있었다. 20세기 초반 산업발달로 전시 제품이 다양해지자 세분화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20세기부터 현재의 '폼'을 가진 전시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자동차 전시는 1907년, 열기구 전시회는 100년 전 시작했다.

지난 8월 27일~30일까지 메세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소비재 전시회 'tendence'. /이혜영 기자

독일과 한국 전시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역별 전시회 개최 비중이다. 한국은 수도인 서울과 인천에 주요 전시회가 집중된 반면 독일은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메세가 있고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코트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 오혁종 관장은 "독일은 주별로 특색있는 전시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독일의 주 개념은 우리나라의 도 개념과도 차이가 있다. 학교 방학시기, 교육정책, 공휴일도 주별로 다르다. 중앙집권적인 우리나라와 달리 자치가 발달한 독일이기에 성장가능했다고 본다. 전시회 산업전략도 지역별 특색에 많은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 전시회 중 70%가 독일에서 개최된다. 하노버는 자본재와 정보통신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프랑크푸르트는 소비재·섬유·자동차부품, 뒤셀도르프는 의료기기, 베를린은 문화·콘텐츠 등 지역마다 강한 산업군이 있다. 지리적 특성과 역사에 따라 국제 전시회가 열리고 독일 전시 참가업체의 약 53%가 외국 업체다. 전체 방문객의 약 23%가 외국인이다.

한국 전시회는 비슷한 전시회들이 많이 열리는 데 반해 독일은 유사 전시 난립을 피하고 있다.

이러한 조정 역할을 하는 곳이 전시산업을 지원하는 단체로 독일전시협회인 아우마(AUMA·the Confederation of German Trade Fairand Exhibition Industries)가 대표적이다. 아우마는 1907년에 설립돼 현재 베를린에 있다. 세계에서 대표적인 국제전시협회로서 민간기구이나 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아우마 역할은 광범위하다. 독일 전시산업 진흥을 위한 인력양성과 법적 집행기구 역할과 국내 전시 컨벤션, 국제전시마케팅, 데이터관리를 하며 독일기업의 해외전시회 지원, FKM(전시통계위원회)을 운영하며 전시회도 평가하고 있다.

아우마 하랄드 코터(Harald Kotter) 책임자는 "아우마는 총 회원 75명으로 전시회 감독관, 주최자 등 결정권자의 모임이다. 이미 성장궤도에 오른 독일의 전시 주최자들은 기존의 전시 운영자 대행자로 전시회를 개발하는 역할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기획자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우마 조사 결과, B2B 거래에서 유럽의 조사대상 기업 85%가 전시회를 유용한 마케팅 수단으로 인지하고 있다. 독일 교역량 20~30%가 전시회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독일 전시회의 힘이다.

하랄드 코터 책임자는 "전시회는 지역 특성에 기반해 10년 이상 인력과 규모를 키우다 보면 세계 인지도는 올라가 있다. 독일에서도 정확하진 않지만 연 1~2%의 전시회가 사라지고 있다. 하드웨어가 작다고 소프트웨어도 작다고 판단할 수 없다. 경남이 다양하고 다각적인 시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시회는 학습의 장>

800년의 역사를 지닌 독일 전시산업이 처음부터 강세였던 것은 아니다. 신산업에 따라 전시회가 개발되기도 하고 사양산업 관련 전시회는 사라지기도 한다.

1991년 독일 남부 소도시 포르츠하임에서 시작한 인터솔라(INTER SOLAR·태양에너지 박람회)는 1일 이벤트로 시작됐다. 1회 박람회에 5개 솔라 기업이 참가해 각 회사 제품을 내놓고 기술을 공유했다. 소규모 전시와 함께 태양에너지 이용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며 규모를 키워나갔다. 2년 뒤 인터솔라 참가업체는 25개로 늘었고 꾸준히 증가해 전시장 크기 한계에 부딪혀 2000년에는 프라이부르크로 장소를 옮겼다. 이때 185개 업체가 참여했고 전략적으로 키우고자 2011년 뮌헨으로 또 이전을 했다. 2016년 인터솔라 박람회에는 1078개 업체, 4만 5018명이 참가했다. 20년 만에 참가업체 수는 80배, 참관객 수는 30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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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 한상은 팀장은 전시장을 바라보는 인식이 한국과 독일의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은 전시회를 학습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업이 모여 기술을 공유하고 비교하다보면 지식이 커지고 참여 기업이 늘고 국외 관련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게 되죠. 하지만 한국은 정보 공유에 인색한 면이 있어요. 기업은 자신의 물품을 돋보이고자 동종품목 간 거리를 두고자 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한국 전시산업의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고의 전시 주최자>

메세 프랑크푸르트(Messe Frankfurt)는 독일 1위, 세계 2위 규모의 전시·컨벤션 그룹이다. 프랑크프루트시 60%, 헤센주 40% 지분 구조를 가진 메세 프랑크푸르트는 전세계 28개 지사가 있고 50개의 세일즈 에이전트, 2400여 명의 직원이 있다. 연간 100여 개의 전시회를 개최해 2013년 기준 7만 9579개 참가업체, 365만 명의 참관객을 유치했다.

강세인 브랜드 전시는 4개로 나뉜다. 소비재·섬유·기술·자동차/운송 전시회다.

메세 프랑크푸르트 집행위원회 데트레프 브라운(Detlef Braun·사진) 위원은 "메세 프랑크푸르트는 소비재 전시회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4개 브랜드 전시에 최근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추가돼 5개 분야 강세 전시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강세 분야의 각 전시회마다 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고 전시 참가 업체의 수출 마케팅까지 돕는 서비스가 전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1987년부터 전시산업 해외 진출을 시도했고 메세 프랑크푸르트코리아는 2001년 5월 설립됐다.

메세 프랑크푸르트코리아는 메세 프랑크푸르트코리아 주최 전시회에 국내 업체의 참가 지원을 돕고 부산국제철도 및 물류산업전(Raillog Korea)을 2003년부터 격년으로 벡스코(BEXCO)와 공동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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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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