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강사서 공시생까지, 제각각 사연 담은 '혼술'…직장·취업 등 공감 이끌어

가족과 인간관계가 중시되던 기존 사회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싱글족 520만,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27%에 이르렀다.

밥도, 술도, 여행도 혼자 하는 사람이 느는 세태는 혼밥족, 혼술족, 혼여족 등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그뿐인가. '직장 없이 늙어간다'는 심각한 청년 실업 속에 공무원 준비생은 22만 명에 달한다.

중반을 향해 순항 중인 tvN <혼술 남녀>(월·화 밤 11시)는 지향점이 뚜렷한 드라마다.

'함께'보다는 '혼자'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안정된 직장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그나마도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가 늘어나는 현실을 드라마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배경은 노량진 학원가다.

이곳엔 일타강사(일등스타강사)와 '싼 맛에 데려온' 시간당 3만 원짜리 강사가 존재한다.

변두리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로 학생을 가르쳤던 박하나(박하선)는 어찌하다 보니 학원 강사가 직업이 됐다. 20대를 바쳐 일했던 학원은 그마저도 경영난으로 폐업했고 하나는 노량진으로 입성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혼술남녀〉 진정석. 정석은 퀄리티 있는 혼술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모르니까 가르쳐주실 수 있잖아요." 노그래(노량진 장그래)라는 별명처럼 인지도도 스펙도 없는 '미생' 하나는 원장의 구박과 동료의 견제 속에 하루하루 버텨내는 중이다.

시험에 나오는 족집게 강의로 연봉 100억 원의 스타 강사 진정석(하석진). 사람들과의 교류를 감정 낭비, 시간 낭비, 돈 낭비라 생각하는 그는 하루 일과를 마친 뒤 매일 '혼술'을 즐긴다.

"나는 혼술이 좋다. 하루 종일 떠드는 게 직업인 나로서는 굳이 떠들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이 이 고독이 너무나 좋다. 혼술을 즐기는 데 나만의 원칙이 있다. 첫째 퀄리티 있는 분위기 속에서 마신다. 둘째 퀄리티 있는 안주와 함께한다. 셋째 퀄리티 있는 음주문화를 지향한다. 절대 혈중 알코올 농도 0.08%를 넘지 않는다. 그 상태가 내가 딱 기분 좋게 마신 수치니까."

그리고 취업이 절실한 20대의 막연하고 불안한 일상은 공명, 기범, 동영, 그리고 "노량진까지 왔으면 공부나 할 것이지"를 입에 달고 사는 채연 등 노량진 공무원시험 준비생의 일상을 통해 녹여낸다.

온갖 구박 속에서도 무한 긍정마인드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박하나.

온갖 구박 속에서도 꿋꿋한 캔디처럼 무한 긍정 마인드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하나의 짠 내 나는 일상은 궁상맞은 '혼술'로 마무리된다.

실력보다는 인맥, 학맥 등에 좌우되는 현실에 환멸을 느낀 정석은 모든 인간관계를 거부한 채 오로지 업무적으로만 사람들을 대하며 '퀄리티' 있는 '혼술'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하나의 '혼술'과 정석의 '혼술'은 매번 그렇게 대비되면서 각각의 이유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하루 대부분을 함께하지만 절대 속사정을 털어놓지 않는 민교수(민진웅)나 경제적으로 준비가 끝나면 결혼하겠다는 남자친구 때문에 외로운 황진이(황우슬혜), 공시 준비생이라는 이유로 할머니의 칠순잔치에 떳떳이 참석할 수 없었던 기범이의 눈물, 이별을 말하는 연인을 붙잡지 못한 공시 준비생의 비애 등을 통해 <혼술남녀>는 웃음과 쓴웃음 그 어딘가쯤에 발을 딛고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제 드라마는 본격적인 멜로로 전향할 태세다.

여전히 유효한 흥행 코드인 '먹방'을 연상시키면서도 시대를 정확히 짚어낸 영리한 기획이 그저 "우리 사랑하게 됐어요"의 구태의연한 해피엔딩의 종착역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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