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아시랑 지역주민 공연 100시간 넘게 연습 또 연습…<그녀들만 아는 …> 무대 호평

"인생의 새로운 동력을 얻게 돼 행복합니다."

함안예술제 기간인 27일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극단 아시랑의 정기공연 겸 공연장 상주단체 교육프로그램 발표 공연인 <그녀들만 아는 공소시효>가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일반 지역민이 그간 연습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연극이었다.

아시랑의 공연장 상주단체 교육프로그램은 지난 6월 9일 '주부연극도전기'라는 이름으로 8명의 주민이 참여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사정이 여의치 않으면서 4명만 남게 됐고, 남은 4명은 9월까지 호흡을 맞췄다.

당초 40시간 과정을 마치면 됐지만 손민규 대표가 연출한 <그녀들만 아는 공소시효>를 함안예술제에 올리기로 하며 100시간이 넘는 공연 연습을 했다.

다만, 공연이 임박해 미나네 역을 맡은 공점숙 씨가 아파 김수현 공동대표가 대신 맡았고, 공 씨는 카메오 출연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공 씨는 "몸이 아파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포기했다. 공연을 하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함께 연습했던 동료들에게 누가 되기도 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면서 "아들이 아쉬움을 많이 표현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마련되면 그땐 무대에 오르겠다"고 전했다.

연극을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면서 이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특히 성격이 달라지고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데 주효했다.

<그녀들만 아는 공소시효>에 출연한 주부들과 김수현(맨 오른쪽) 대표가 무대에 올라 열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경희, 박문자, 주경효 씨. /극단 아시랑

순이네 역을 맡은 주경효 씨는 "그간 살아온 것과 맡은 역할 성격이 정반대였다. 그런데 계속 연습하면서 내가 그간 살지 않았던 삶을 간접적으로 살아보며 힐링할 수 있었다"면서 "연극은 혼자 즐기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문자(동진네 역) 씨도 "연극을 해보니 일상생활에서도 주도적인 성격으로 변한 것 같다. 기회가 되면 주부지만 프로 연극무대에 카메오 출연이라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박경희(영실네 역) 씨도 연극을 시작하면서 활력소가 생긴 것이 가장 뿌듯하다며 웃었다.

물론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들 4명은 각자 일이 있어 시간 맞추기 어려웠다.

박경희 씨는 "저는 부추농사를 짓고 있고 다른 분들은 직업이 따로 있어 4명이 다 시간을 맞춰 연습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대사 외우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대본에 의지하면 안된다는 손 대표의 말을 듣고 대사를 안 보고 연습을 하다보니 서서히 외워지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손 대표는 "주부들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나에게도 도전이고 모험이었다"면서도 "이들이 기대 이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줘 가능성이 열렸다. 이번 연극을 계기로 함안에 주부극단이 생기길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그녀들만 아는 공소시효>는 생활고에 허덕이는 4명의 아낙이 발견한 쌀통 하나로 사건이 발단된다. 쌀통에 있는 쌀로 순이네가 떡을 쪄먹자며 쌀을 돗자리에 붓는데 어린 아이 손가락과 발이 나온다. 여기에 돈까지 나오며 이들의 갈등은 극에 이른다. 결국 생활고에 못 이긴 이들은 신고하지 않고 돈을 나누고 만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180여 명의 관객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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