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영의 김영란법 해설] (1) 다산·헌법정신 실현 위한 '청렴법'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8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맞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하태영 교수가 글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하 교수는 김영란법 역사적 전통을 다산 정약용의 청렴 정신에서 찾고 있다. 또 김영란법이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청렴 정신에도 잘 들어맞는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법 자체가 지닌 문제점과 쟁점, 관련 외국 사례 등을 세세하게 살펴보겠다고 했다. /편집자 주

◇부패버스에서 모두 내려야

국민 62.8%는 "대한민국은 부패했다"고 생각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2014년 부패인식이다. 2015년 국제투명성기구 발표는 절망이다. 국가별 부패인식지수가 168개국 중 37위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27위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하나다. "투명성이 없다."

다산 정약용은 200년 전 1816년 당시 영암군수로 있던 이종영에게 적어준 글에서 '공직자의 처신'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염(廉), 염廉), 염(廉)이다. 그대는 세 개의 염(廉) 자 중 하나를 재물에 적용하고, 또 하나를 여색에 적용하고, 다른 하나를 직위에 적용하라. 왜냐하면 청렴함은 밝음을 낳는다. 그러니 사물의 실상이 훤히 드러날 것이다. 청렴함은 위엄을 낳는다. 그러니 백성이 모두 당신 명령을 따를 것이다. 청렴함은 강직함을 낳는다. 그러니 상관이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이래도 정치 잘하는 방법으로 부족한가?"

다산의 생각은 분명하다. "공직자는 재물을 받지 말고, 여색을 밝히지도 말고, 직위를 이용하지도 말라." "관직을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기지 않는 자는 하루도 이런 자리에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가 다산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다산은 이미 한국의 부패구조와 부패문제를 간파하고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김영란법'은 바로 '다산법'이라고 생각한다. '다산'과 '영란'의 위대한 만남이다. 도덕과 법률의 만남이다. 이 거대한 모험은 우리나라 첫 여성 대법관이 시도했다. 이분은 여성 종중원 자격 인정, 호주제와 사형제 반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여성 등 사회 약자와 소수자 권리 신장을 위해 노력했다.

다산이 그토록 강조했던 '청렴'이 '김영란법'으로 탄생한 것이다. 도덕에서 법으로 넘어오기까지 200년이 걸렸다. 아마도 두 분은 전생에 깊은 인연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산과 영란'이 대한민국과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에덴동산에 피는 저 작은 새싹을 짓밟지 마라." 어렵게 세상에 나온 것이다.

◇청렴은 바로 헌법 정신이다

'청렴' 정신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담겨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도 청렴이다.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 단결도 청렴이다. 모든 사회 폐습과 불의 타파도 청렴이다. 자유민주기본질서도 청렴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균등도 청렴이다.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시키는 것도 청렴이다.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 완수도 청렴이다. 국민생활 균등한 향상도 청렴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표로 5개 조문에서 '청렴 가치'를 글로 밝혔다. 어제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법률의 목적은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공직 윤리를 세우며, 공직자, 공공기관, 정부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있다. 민간인도 정부기관위원회에 참여하는 경우 이 법률의 적용대상이 된다. 그 근거는 헌법 제7조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이 법률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에게 적용된다. 헌법 제10조와 제31조 그리고 제119조에 근거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교육자와 언론인은 공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국회의원도 이 법률의 적용대상이 된다. 헌법 제46조에 근거한다.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 청렴의 상한기준은 헌법 제124조에서 도출할 수 있다.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한다. 따라서 식사, 선물, 경조사비용의 허용 범위를 3만 원, 5만 원, 10만 원으로 법률로 정한 것은 모두 헌법적 뿌리를 갖고 있다. 왜 이 법률을 흔들려고 하는가?

◇김영란법이 경기를 위축시킨다고?

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청렴법'이라고 부른다. '의료법'처럼 긍정적으로 표현해도 괜찮을 것이다. '부정의료행위 방지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이라고 하지 않는다. 처벌보다는 예방이 이 법률의 목적이다. 언론 보도들은 너무 심하게 처벌 규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나는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 바로 '청렴법'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청렴 코리아' 위대한 첫발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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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면 국가경쟁력은 높아진다.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간다. 약간 시간이 걸릴 뿐이다. 농축수산업자와 소상공인은 단기 내수에 심리적 불편을 느낀다. 그러나 멀리 보면 그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와 손녀에게 멋진 혜택이 주어질 것이다. '우리 사회 갑질의 횡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1년만 같이 서로 안고 도와 가며 다 함께 걸어가자. 이 법률에서 청렴 대상기관은 약 4만 개다. 청렴 대상자는 약 220만 명이다. 청렴해야 할 배우자까지 합하면 400만 명에 달한다. 선물보다 '따뜻한 마음에 감동 받는 문화'를 같이 만들자. 나는 이 법률을 '과잉입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도덕사찰'도 아니다. '연좌제'도 아니다. '과잉금지'도 아니다.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도 아니다. 해석이 가능한 청렴법이다. 헌법적 정당성을 잃은 법률로 볼 수 없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원망하지 마십시오. 작은 상공인에게 기회가 더 많아집니다." 내가 드리고 싶은 말이다.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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