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형조선소 버텨야 친환경 선박시장 진출 가능
UN 산하 국제해사기구(이하 IMO)와 각 나라 항만이 입·출입 선박에 대한 연비 향상을 요구하고 해상 환경 규제를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흐름이 한국 조선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기회(선박 수주 재개)가 당장 내년부터 올지를 두고는 전문가별로 견해 차이를 보였다.
'2016 국제조선해양산업전' 콘퍼런스 둘째 날인 28일 세코 3층 대회의실에서는 오전 '친환경 선박 시장의 흐름'이라는 대주제로, 오후에는 '세계 유가동향과 신기술 개발 방향'이라는 대주제로 각종 소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2020년 이후에는 벙커C유(석유) 중심의 현재 선박 연료가 LNG 혹은 각종 친환경 연료로 대체하거나 LNG와 다른 연료를 함께 쓰는 '듀얼(Dual) 엔진'이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2015년 황 함유량(Sox) 규제에서 시작한 본격적인 각종 해양환경 규제 강화는 2020년에 거의 모든 기준들이 모든 선박에 적용돼 이 기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새로 건조한 배로 대체하거나 전면 개조해야 해 설계능력이 뛰어나고 친환경 선박 기술 준비가 상대적으로 빨리한 한국 조선업계에 유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음 100년 주기를 준비하라'는 소주제 발표를 한 이석재 포트원파트너스 대표(전 JP모건 애널리스트)는 "2020년이면 선박 연료는 저유황 혹은 MGO(Marine Gas Oil, 황산질산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섞은 선박 연료를 통칭)로 완전히 재편된다. 특히, LNG연료추진 엔진과 LNG연료추진선 기술이 축적된 한국 조선업계로서는 앞으로 10년에서 15년은 상당한 호황을 맞을 것이다"며 "한진해운이 망한 이유는 해운 운임이 낮아서가 아니라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선박을 쓰고, 중국산 선박을 주로 썼기 때문이다. 그리스 선주들은 이미 에코십으로 활발하게 대체하고 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박재현 센터장은 낙관하기 이르다고 했다. 박 센터장은 "앞선 발표자들이 환경 규제 강화를 내세우며 우리 조선업계에 너무 장밋빛 미래를 전달하는 것 같은데, 실제 중소형조선사는 언제 망할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이 상태라면 STX·성동·SPP·대한조선 등 중형·중소형 조선사는 하나도 남지 않고 2020년 전후한 장밋빛 미래는 일본이나 중국 업체 몫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연비 향상 요구와 환경 규제 강화로 새롭게 확대되는 시장은 수리조선 중 개조 분야다. 현재 싱가포르 업체를 중심으로 발달한 선박 개조 산업과 달리 이후 선박 개조는 훨씬 까다롭고 고난도의 엔지니어링(설계 등) 기술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센터장은 "기존 중형조선사는 확대될 선박 개조(retrofit) 시장에 참여해 활황이 예상되는 2020년 전후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살 수 있다. 지난 30년간 국내 중소 조선사가 인도한 선박 2336척, 이중 2007년 이후 인도 한 942척은 업체별로 설계 도면이 있다. 이들 배를 IMO 환경 기준과 연료 효율에 적합한 선박으로 개조하는 시장 참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사가 개발한 신개념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모델을 소개했고, 현대중공업은 국제해사기구 기준에 적합한 선박 엔진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관련 기자재 국산화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