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1억 훔친 10대 3명 구속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인출책을 추적하던 경찰이 밀양 피해자 집에서 범행을 마치고 나오는 ㄴ(19) 군을 검거했다.

훔친 현금 2000만 원을 압수하고 보니 일부 돈다발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조사 결과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일당 지시에 따라 현금 1100만 원을 냉동실에 보관해뒀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으로 피해자를 밖으로 유인한 후 집안에 있는 현금을 가로채거나 직접 건네받는 등 수법으로 1억 원가량을 훔친 일당이 붙잡혔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주거침입, 사기, 절도 등 혐의로 중국동포 ㄱ(18), ㄴ 군을 구속하고 공범인 ㄷ(18) 군 역시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8월 말부터 지난 21일까지 창원, 서울, 울산 등에서 8회에 걸쳐 1억 1300만 원 상당을 훔치고 수수료 10%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훔친 현금을 중국 화폐로 환전해 중국 총책에게 송금해준 불법 환치기업자 중국동포 두 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금감원 지연인출제로 범행이 어려워지자 신종 보이스피싱인 절취와 대면편취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연인출제로 100만 원 이상 현금을 이체하면 30분이 지나야 인출 가능하다.

절취형 보이스피싱은 절도와 보이스피싱을 결합한 형태다. 중국 콜센터에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를 집 밖으로 유인하면 인근에 있던 인출책이 집에 들어가 현금을 훔치는 방식이다.

지난 7일 창원시 성산구 반지동에 사는 60대는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현금을 모두 찾아 집안에 보관하라"는 전화를 받고 2400만 원을 옷장에 보관했다. 그는 콜센터에서 시킨 대로 수사관을 만나고자 주민센터로 향했고, 그 사이 집 주변에 있던 ㄱ, ㄴ 군이 침입해 현금을 챙겼다.

이들은 지난 21일 양산에 사는 70대에게도 "국제전화 요금이 체납돼 있어 현금을 모두 인출하라"고 한 후 "현금이 불법자금이니 경찰을 보내 정상적인 돈으로 바꿔주겠다"고 속여 9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범행 대상은 대부분 60~70대 노인으로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콜센터 직원에게 속아 피해를 당했다.

피해자에게 행동요령을 알려주는 등 수법은 치밀했다. 실제 이들은 양산지역 피해자에게 "은행에서 많은 현금을 찾으면 직원이 사용처를 물을 테니 적당한 답변을 생각해두라"고 사전 교육을 하기도 했다.

이 피해자는 사용처를 묻는 은행 직원에게 "이가 아파 임플란트를 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실시간 동선을 확인하고자 피해자가 현금을 인출하는 동안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했다.

김대규 수사과장은 "경찰이나 금융당국에서 예금 보호를 이유로 돈을 받아가거나 예금을 인출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전화를 받으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인출책을 모집하는 알선책 등 공범을 쫓는 한편 불법으로 돈을 송금해준 환치기업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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