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감 1월에 많아 접종 시기 11월 권장…독감 백신, 감기와는 무관

정부는 내달 전국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전국 보건소와 지정의료기관에서 독감(인플루엔자) 무료 예방접종을 시행한다.

예년의 경우 해당 날짜가 되면 보건소 등에는 어르신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곤 한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밀려드는 접종 희망자로 쉴 틈 없이 하루 수많은 사람에게 백신 주사를 놓는 모습이 뉴스에 비치기도 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의사가 독감 예방 백신 접종 시기와 방법, 백신 보관법에 대해 지적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9월 말에 맞기 시작하는 예방백신 접종 시기를 조정해야 하며, 의료기관에서 백신 냉장 보관법을 잘 지켜야 한다는 요지였다.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글을 올린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을 직접 찾아가 독감 예방 백신에 대해 물었다. 마 과장은 질병관리본부 역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접종 시기 조정해야 = 정부는 어르신 독감 무료 접종을 시행하면서 초기 혼잡을 막기 위해 75세 이상 어르신은 10월 4일부터, 65세 이상은 10월 10일부터 접종한다고 밝혔다.

독감 유행을 앞두고 유아나 고령 어르신들의 예방 접종 관심이 높다. 특히 아직 무료접종을 시행하지 않는 유아들은 부모가 "빨리 접종하면 독감으로부터 하루라도 더 많이 안전하겠지"하는 생각에 9월 말에도 접종하곤 한다. 무료 접종 대상인 어르신들도 "예년에 늦게 갔더니 백신이 다 떨어졌다고 하더라"며 해당 날짜가 되자마자 바로 접종하러 가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마 과장은 "9월이나 10월은 너무 빠르다. 권장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신을 접종하면 보통 2주 정도 지나 항체가 생기고, 4주가 지나면 최고조에 달한다. 그리고 6개월 정도가 되면 접종 후 생긴 항체가 50% 이하로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마 과장은 "이건 몸에 있는 항체 이야기다. 실제 방어력은 다른 문제다. 항체가 있다고 무조건 방어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스페인에서 연구를 해보니 100일 정도 지나니까 백신을 접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차이가 크게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창원파티마병원 마상혁 과장. 마 과장은 건강한 성인도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남도민일보 DB

마 과장은 "예전에는 12월께 독감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1월에 독감환자가 발생해 5월까지 이어지는 게 국내 경향이다. 그러므로 9월이나 10월 초 백신 접종을 하면 독감 유행 시기에는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독감 예방접종 시기는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독감 유행 패턴이 바뀐 점을 고려해 접종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11월에 맞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저온 냉장 보관 필수 = 백신 접종 현장. 대기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고, 의료진이 책상 한쪽에 쌓아놓은 백신을 하나씩 집어 주사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백신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지난해 국정감사 때 보건복지위원회 김제식(새누리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백신 폐기량이 최근 3년간 4만 6831개에 달한다고 한다. 폐기 이유는 일선 현장에서 유통기한 경과나 저온 보관하지 않는 등의 관리부실로 인한 경우가 다수였다.

마 과장은 백신 관리 중요성을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백신 보관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적절한 백신 보관 및 취급절차를 포함한 올바른 백신 관리는 예방 접종 사업의 토대"라며 "부적절한 보관으로 역가(효능)가 떨어진 백신을 접종한 환자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완벽하게 보호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독감 예방 백신은 2~8도 온도에서 냉장보관 해야 한다. 자료는 냉장고에 온도계를 부착하고, 성인용과 소아용을 따로 보관하며, 냉장고 문에 백신을 보관하지 말고, 보관 장비 1대의 플러그만 콘센트에 꽂아야 한다는 등 백신 냉장고 관리 요령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마 과장은 "백신 전용 냉장고가 없는 의료기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의료인들도 바쁘다는 이유로 백신을 상온에 보관하는 등 관리 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바른 주사 놓기 = 마 과장이 또 하나 강조한 것은 주사를 놓는 방법이다.

마 과장은 "뉴스 등에서 접종 장면 사진을 보면 잘못된 방법으로 주사 놓는 모습이 많다"고 전했다. 마 과장이 제시한 사진은 팔꿈치 조금 윗부분에 주삿바늘이 아주 비스듬하게 들어가 있는 모습이었다.

독감 예방주사는 근육주사다. 비스듬하게 바늘을 찌르는 피하주사와 피내주사와 달리 근육주사는 거의 직각에 가깝게 찔러 피하 아래 있는 근육에 놓아야 한다고 했다. 주사 놓는 위치도 팔 위쪽에 있는 삼각근이다.

마 과장은 "피하주사는 홍역과 수두, 대상포진 등이다. 독감 예방접종을 피하에 하면 붓고 아프고, 흡수가 잘 되지 않아 항체 효과가 떨어진다"며 "하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 접종 대상자가 많으면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3가 백신과 4가 백신 = 최근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의료기관에 가면 '3가 백신'과 '4가 백신' 가격을 각각 표시해 놓은 곳이 많다.

3가 백신과 4가 백신이 무엇일까.

독감은 주로 A형과 B형이 유행한다. A형 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하게 일어나서 항원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그해 유행할 바이러스 종류를 예상해 백신을 만든다.

3가 백신은 A형 중에서 2종, 그리고 B형 1종의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진다. 4가 백신은 A형 2종, B형 2종이다.

마 과장은 "최근에는 A형과 B형이 모두 유행하곤 한다. A형은 변이가 많지만, B형은 그렇지 않아 2종의 바이러스로 대부분 방어할 수 있다고 한다"며 "3가 백신과 4가 백신은 이론적 장단점이 있지만, 실제 검증된 연구는 부족하다. 효과에 대한 필드 연구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4가 백신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독감과 감기는 급성호흡기감염증이라는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전혀 다른 병이다. 따라서 '쌀쌀한 날씨 감기가 걱정되는 사람은 빨리 독감 예방접종을 하라'고 적힌 일부 의료기관의 홍보문구는 사실과 다르다. 독감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것이므로 바이러스 종류가 다른 감기에는 효과가 없다.

◇지역사회 감염 줄이는 지름길 = 노약자나 만성질환자, 임신부, 12세 이하 어린이 등은 고위험군이므로 예방접종을 꼭 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은 어린이집 등 영유아 시설에서 감염이 잘 되고, 감염된 아이가 집에 와서 다시 전염시키는 등 중요한 지역사회 전염 원인이 된다.

6세 이하 아이들에게 독감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지역사회 감염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마 과장은 설명했다.

그런데 마 과장은 "독감 예방접종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꼭 해야 한다. 건강한 성인이라고 간과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독감을 '해마다 으레 걸리는 조금 심한 감기' 정도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낸 '필수예방접종 국가지원사업(NIP) 확대 우선순위 및 비용'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의사들은 현재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할 최우선 항목으로 독감 백신을 꼽았다.

마 과장은 "국내에서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연간 2000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국민은 많이 없다. 한 해 2000명이나 죽는 심각한 질병이 또 뭐가 있겠나. 그런데 너무 쉽게 생각한다. 특히 올 초에는 노약자뿐 아니라 건강했던 30대가 에크모(체외막형산소화장치) 치료를 할 정도로 심각한 환자가 많았다"며 "독감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은 상당하다. 전 국민이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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