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운동이 종료됐다. 그러나 소환투표 무산과 무관하게 이번 운동은 지방자치 역사에서 큰 발자취를 남길 것이다.

지난해 6월 홍 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가 서명운동에 돌입하여 올해 1월 서명부 2차 제출에 이르기까지 7개월 남짓한 기간이 걸렸다. 비록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최종 26만여 명만 유효로 인정했지만, 짧은 기간 35만여 명이 서명에 참여한 것은 큰 성과이다.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분노를 주민소환운동 열기로 이끌어낸 공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관위에 의해 5만 7000여 명의 서명이 주민소환 청구권자가 아닌 사람의 것으로 처리된 점은 운동본부의 일 처리가 꼼꼼하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선관위가 8만여 명의 서명을 보정하라고 요구했음에도 끝내 충족하지 못함으로써 귀한 기회를 날렸다. 운동본부는 선관위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도민 의사가 왜곡됐다고 하지만, 주민 손으로 뽑은 단체장의 운명을 가름하는 일은 까다롭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주민발의제,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주민투표제에 이어 가장 늦게 도입된 제도로 풀뿌리민주주의의 핵심을 이룬다. 이번 주민소환운동은 주민들이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도민 35만 명이 참여한 직접민주주의를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점에서 가장 큰 교훈을 얻어야 할 사람은 홍 지사다. 민의에 반하여 도정을 운영하면 얼마든지 소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어야 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측근을 시켜 박종훈 도교육감 주민소환 추진이라는 맞불을 놓았다는 의혹을 사더니, 이번엔 비서실장의 "일부 좌파세력의 실패한 쿠데타"라는 말을 통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드러냈다.

홍 지사 주민소환운동의 가장 큰 결실은 단체장이 민심을 거스르고 독불장군식 행정을 일삼으면 자리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한 곳에 정체해 있지 않고 늘 움직인다. 한 번 뽑히기만 하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임기가 보장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모든 공직자들은 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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