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만을 해양관광문화도시로 만드는데 해양신도시는 걸림돌이다. 창원시와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도 풀기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 다행히 창원시는 민간사업자가 3480가구에 이르는 주거·상업시설 계획을 수정 제출하자 이를 거부한 것은 의미가 있다. 시민사회의 요구처럼 지역사회가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여 공영개발을 해야 하고, 공공용지가 많이 확보되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으로 정치적 역량을 모으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민간업자에게 공공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민간업자는 당연히 돈을 벌려고 들어오는 것이지, 공공을 위해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므로 창원시는 이 차제에 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민간업자와 협상하여 자꾸 공공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간낭비이고 소 귀에 경 읽기이다.

창원시장이 구상하는 것은 마산만과 진해만을 아우르는 멋진 해양관광문화도시이다. 현실적으로 매립으로 말미암은 걸림돌과 민간업자의 참여로 제대로 그림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창원시가 해양신도시와 돝섬, 중앙부두 일대,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여기에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이 사업에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평소 안상수 시장이 마산해양신도시를 관광과 문화가 결합하는 세계적 명소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힌 바대로 그가 그림을 그려줄지 주목된다. 프랭크 게리라는 거장이 참여하는 것이 놀랄만한 발상이기도 하지만 시민은 의문이 많다. 과거 시장도 마산만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사업들을 구상했지만 결국 해안가에 아파트만 잔뜩 지어 업자들만 좋은 일을 시킨 사례를 시민은 잘 알고 있다. 현 아이파크 자리도 시민회관을 비롯한 공공건축물을 세우기를 시민사회가 요구했지만, 현재 3·15아트센터 자리에 공공건물을 지은 것도 그 예이다.

창원시가 큰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시민과 토론도 하고 깊이 연구해 기초자료를 만드는 것이 일의 순서이다. 시민사회에서도 이런 절차를 거치려고 시 조례에 근거하여 시민토론회를 창원시에 제안한 바 있지만 아직 묵묵부답이다. 지금이라도 프랭크 게리가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시장이 직접 사회경제적 기초자료 마련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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