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기본 깬 '홍준표'에 대한 저항…정의 위한 '대중 동의'과정 되짚어 봐야

8395표, 0.31% 차이로 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 발의가 불발로 끝났다. 비록 투표까지 이르지 못했지만 경남도민이라면 왜 홍 지사를 주민소환하려 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기억은 '경남'이라는 공동체 미래를 더 풍요하게 만들 것이라고 감히 예견해본다.

홍 지사 주민소환이 시작된 가장 큰 계기는 경남의 학교 무상급식 중단이었다. 정확하게는 '일방적'에 가까운 중단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자체를 이유로 주민소환하려 했다면 심각한 오류에서 시작한 셈이다. 주민소환운동에 주력한 이들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홍 지사 주민소환운동을 왜 했나? 학교 무상급식 원상회복 때문에? 아니다. 그럼, 진주의료원 폐쇄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다. 그게 핵심 이유였다면 시작부터 실패를 잉태한 운동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홍 지사 주민소환을 하고자 했던 진짜 이유는 '사회 정의'에 대한 부정, 대중의 동의를 너무나 가볍게 여긴 정책 결정 과정 때문이다. 아니, 그랬어야 했다.

친일파 미청산 문제처럼 '정의'란 늘 한국민이 굶주린 그 무엇이다. 하버드대학교 교수 마이클 샌델이 자기 강의를 바탕으로 쓴 <정의란 무엇인가>는 엄밀히 말해 정의가 뭔지 정의 내리지 않고 독자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대신 다양한 상황에서 과연 뭐가 정의인지 숙고하도록 한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200만 부 이상이 팔린 것은 그만큼 한국인에게 '정의'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이자 갈망하는 존재라는 방증이다.

정의는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고 그 속에 대중의식과 수준이 녹아 있다. 최소한 근대 이후 사회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사회 정의'는 끊임없는 토론과 지성의 충돌, 합의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무상급식을 폐지하고 진주의료원 문을 닫을 수 있다. 그게 정말 문제였다면 말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반드시 '사회 정의'가 들어 있어야 했지만 과연 그랬는가?

다소 늦어 보일지라도 대중에게 충분한 동의를 구하려는 노력은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교육부 1급 관료의 '민중 = 개돼지' 발언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엘리트들에게 대중은 우매하고, 종종 스스로까지 배반하는 무리로 보일지 모른다. 대중은 딱히 그렇지도 않지만 최종 결정권은 대중의 합의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민주주의 기본이다. 홍 지사 취임 뒤 경남도 주요 정책 과정에서 과연 이런 민주주의 기본이 제대로 지켜졌는가? '아니다'고 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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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주민소환운동을 주도한 이들은 추진 과정에서 이 두 가지 이유를 충족했을까? 사회 정의는 몰라도 주민소환 시작 시기에 대중 동의의 중요성을 다소 가볍게 여긴 점이 없지 않다. 혹여 홍 지사의 재판 일정과 총선 등 각종 정치 일정을 고려한 조급한 시작이 주민소환 주체가 돼야 할 더 많은 대중을 주변적인 존재로 만들지 않았는지 되짚어볼 필요도 있다.

이렇듯 이번 주민소환운동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사회 정의'가 뭔지 머리를 맞대 토론하고, 대중 동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짚어보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를 홍 지사가 도민에게 선사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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