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현 연구위원, 국제조선해양산업 콘퍼런스서 전망 
세계 노후선박수 분석…한국 주력품 발주 대비 강조

매각 실패로 파산까지 거론되는 SPP조선, 수주 절벽으로 생산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성동조선해양, 기업 회생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의 대규모 인력 감축 요구로 내홍을 겪는 STX조선해양 등 경남 중형조선사들 처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애널리스트 중 대표적인 조선 분야 전문가가 이들 업체가 고무될 만한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2016 국제조선해양산업전 콘퍼런스 첫날인 27일 오후 4시 창원컨벤션센터 3층 회의실에서는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조선·기계 담당)이 '조선선박 건조량 증가와 조선업 회복'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박 연구위원은 "그리스 선주들이 최근 들어 연비 향상과 규제 강화라는 새로운 선박 수요 창출 상황에 따라 과감한 선대 교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국제조선해양산업전 콘퍼런스가 열리는 창원컨벤션센터에서 하나금융투자 박무현 연구위원이 '선박 건조량 증가와 조선업 회복'이라는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시우 기자

이런 영향으로 과거와 달리 해체 선박 평균 선령(선박 나이)은 2010년 32.8년에서 2016년 8월 24.8년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노후 선박 교체시기가 빨라지면 그만큼 신조(새 선박) 발주 시기도 빨라진다.

박 연구위원은 세계적인 조선산업 연구·분석사인 클락슨사 분석 자료를 빌려 앞으로 신조 수주 규모를 예측했다.

세계 주요 선박은 2만 5000척으로 선박 종류별로는 탱커(유조선 등 액체운반선)는 7985척, 벌크선(일반 화물선)은 1만 713척, 컨테이너선은 4398척, LNG운반선은 424척, LPG운반선은 1374척, 자동차전용운반선(Pure Car Carrier)은 783척이다.

이 중 선령 15년이 넘은 노후 선박은 선종별로 탱커 6436척, 벌크선 2183척, 컨테이너선 1416척, LNG선 91척, LPG선 648척, PCC 251척이다. 노후 선박 중 이미 발주를 마친 수주 잔고를 빼고 이들을 대체할 신조 발주가 예상되는 선박 수는 탱커 877척, 벌크선 870척, 컨테이너선 1002척, LNG선 57척, LPG선 474척, PCC 175척이다.

박 연구위원은 "이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국외 선주들은 국내 중형조선사 기술력이 최적화한 LR1·LR2·MR급 탱커 신조 발주를 내년 상반기 시작할 것이다"며 "내년 하반기에는 LNG·LPG선과 중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주량만으로 중국이 세계 조선업 1위라는 점에는 거품이 많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현재 중국 선박 수주의 상당수는 자국 해운사 등의 국적선 발주 선박인데다가 연비 수준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서 실제 운항비를 포함하면 중국 선박은 한국 선박보다 훨씬 더 비싸다고 했다. 중국 선박은 같은 선종이면 10∼15% 더 싸게 수주하지만 한국 선박보다 연료 효율이 떨어져 연비는 해마다 20∼30%가 더 들어간다. 10년간 운항했을 때 연비가 떨어져 한국 배보다 40% 이상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하는 꼴이라고 했다. 이런 기술력 차이로 한국 조선소 선가 할인율은 건조 직후 10% 안팎이지만 중국은 무려 50% 넘게 폭락한다.

박 연구위원은 "올해 수주는 거의 없지만 한국 선박, 특히 중형조선소 선박 인도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내년 상반기 한국 중형조선업체 주력 선종 발주가 늘어나면 현재 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어 "국책은행과 금융권 등 채권단의 중형조선사에 대한 압박이 심한데 기술 인력과 엔지니어 인력의 대규모 감축 등으로 조선소를 심하게 훼손하지 않아야 내년 상반기부터 이어질 수주 물량에 적기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위원은 "세계적인 중공업사는 엔지니어링 인력이 상당한데 한국 해양플랜트산업은 한참 못 미친다. R&D와 엔지니어링 분야에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며 "한국 대형 조선사가 지금 그럴 여력이 없으니 굳이 해양플랜트산업을 유지하려면 당분간 선박 건조에 주력해 체력을 키우고서 해양플랜트 분야 연구개발과 엔지니어링 분야 강화에 장기 투자해 핵심 능력과 인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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