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21년 전 산청으로 이사 주민 봉사 등 마을 활동 '적극'…외지인 선입견 깨고 이장 맡아

산청군 시천면 소재지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동남쪽으로 가면 중태마을이 있다.

중태마을은 현재 62가구에 160여 명의 주민들이 곶감과 고사리 농사를 짓고 있다. 산나물 채취와 양봉도 주 소득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올해 팔순의 노령에도 중태마을을 위해 헌신 봉사하고 있는 김영근(80) 이장이 있다.

특히 이 마을은 지난 1983년 2월 전 까지는 행정구역이 하동군 옥종면 중태마을로 속해 있었다. 하지만 옥종면소재지로 가는 교통편이 없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길도 없어 산을 넘어 걸어서 다녀야 했다.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이에 주민들이 하동군 옥종면보다 행정기관이 가깝고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산청군 시천면으로 행정구역을 변경하여 줄 것을 요구하며 민원을 제기하여 현 산청군 시천면 소속으로 행정구역이 바뀌었다.

2014년 8월 무투표로 이장에 당선된 산청 중태마을 김영근 이장. /한동춘 기자

이러한 절차를 거쳐 산청군 시천면으로 행정구역이 바뀐 이곳에서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김영근 이장도 고향이 이곳이 아니다.

김 이장의 고향은 경북 영천이지만 대부분 세월은 부산에서 살았다. 21년 전에 종교적 이유로 이곳 중태마을로 옮겨 오게 되었다.

그가 중태 마을로 이사 온지 21년 되지만 이 마을 이장직을 맡아 주민들에게 봉사를 하게된 것은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이 중태마을 내에는 모 종교인들이 함께 모여사는 곳이 있는데 김 이장도 종교인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이사 왔다.

그런데 종교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특성상 이들이 마을에서 열리는 회의 등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이장은 마을 회의 등에 참석하며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으며, 행정기관 또는 농협 등에서 지원되는 각종 제도 등을 종교인들에게 알려주게 되었다.

김 이장은 "이러한 사실들을 알게된 주민들이 이제는 다른 주민들과 잘 융화되어 행정기관 또는 농협 등에서 지원되는 제도를 잘 이용하고 있다"며 "이장을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객지에서 들어온 사람이 이장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주민들이 추천을 해 주지 않아 그동안 이장을 못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마을 주민들이 이장 추천을 해주고 싶어도 추천 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추천을 해 주지 않았던 것 같다"며 "하지만 비록 이장은 아니지만 평소에 말없이 주민들을 위해 봉사한 것이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객지에서 온 사람이라는 거부감도 없어지면서 지난 2014년 8월 무투표로 이장에 당선되었다"고 말했다. 그의 얼굴에서 작지만 큰 행복을 느낄 수가 있었다.

특히 김 이장은 "처음 이곳에 올 때는 마음에 들지 않아 부산에서 주말에만 오곤 했는데 아내의 종용으로 이곳에 정착을 하고 생활을 해 보니 지금은 이곳이 너무 좋다"며 "시천면은 자기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잘살 수 있는 곳이라 더 좋다"고 강조했다.

팔순의 나이지만 업무량이 많아 공부를 많이 한다는 김 이장의 손에는 항상 수첩이 들려 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이기에 전달할 사항이 있으면 전화연락도 제대로 안되고 마을방송을 해도 청력이 떨어져 제대로 듣지 못해 직접 주민들을 찾아가 전달을 해야 하는 것이 조금은 힘들다고 털어 놓았다.

이 때문에 한 달 차량 유료비가 20만 원을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김 이장은 하루에도 3~4번씩 면사무소에 들러 직원들을 만나 혹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이나 이익이 될 만한 것이 없는지 정보를 교환할 정도로 부지런한 '이장님'이다.

"현재 마을 내 농로 포장이 많이 되었지만 남아 있는 농로도 포장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주민들의 바람"이라는 그는 "군이나 면에서 예산이 된다면 농로 포장을 앞당겨 주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건강하게 잘사는 것이 앞으로의 바람"이라는 김 이장은 앞으로 주민들에게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의 얼굴을 보면서 팔순 아니라 60대라고 해도 믿을 만큼 건강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비법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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