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비율·서명 기간 규정 "현실과 격차" 지적 잇따라
선관위 '청구권자 자격 시점' 법률 해석도 이랬다저랬다

지난해 7월 학교 무상급식 중단사태로 촉발한 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 운동으로 '주민소환제도' 자체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 과정에서 기준을 완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날의 검 = 주민소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지난 2007년 7월. 2006년 제정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과 투표로 선출된 지방의회 의원을 주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게 됐다.

주민소환제도는 도입부터 찬반논란이 일었다. 우리나라는 대의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주민소환제도는 이와 상반된 성격을 지녀서다. 특히 지역 현안에 지역주민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얽히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경남에서는 최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서명조작'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역사회에 주민소환제도에 관한 의구심이 일기도 했다.

◇해석 오락가락 =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12일 "홍 지사 주민소환 투표 청구서와 소환청구인서명부가 제출됨에 따라 지체 없이 주민소환 투표 청구사실을 공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도선관위 보도자료를 보면, 주민소환 투표 청구권자 총 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명수는 '26만 7416명'이다. 주민소환 투표 청구인 대표자는 이를 넘는 35만 4651명의 서명부를 제출했다.

지난 26일 도선관위는 홍 지사 주민소환 투표 청구 '각하' 결정을 발표하면서 "주민소환 투표 청구요건인 27만 1032명에 8395명이 미달해 각하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청구요건 명수가 '26만 716명'에서 '27만 1032명'으로 바뀐 셈이다.

도선관위 관계자는 "주민투표법 제7조에서 주민소환 투표 청구권자 자격 시점을 '전년도 12월 31일'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기준으로 2014년 12월 31일을 시점으로 했다"며 "지난 7월 중앙선관위에서 청구권자 자격 시점을 '청구서 제출'한 때로 해석하면서 2015년 12월 31일로 시점이 변경됐다"고 밝혔다.

결국 선관위 내부의 '법률 해석 차이'가 빚은 결과라는 설명이다.

오락가락한 해석에 주민소환 운동에 참여했던 이우완(43·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모든 서명을 받고 난 이후 더이상 받을 수 없을 때 요건 서명 수가 늘어난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완화된 기준 제시해야 = 반면 김영기 경상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주민소환제도 문제의 본질은 '비율'에 있다고 말했다. 법률 해석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본질을 벗어난 주제라는 설명이다. 주민소환제는 도지사의 경우 투표권자 총 수의 10% 서명으로 소환투표 청구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이 비율은 미국을 기준으로 삼은 것인데, 우리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며 "일률적인 잣대를 세우지 말고 유권자 수에 맞는 요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건을 강화한 탓에 주민소환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투표권자가 많은 만큼 서명을 받는 기간도 늘리는 등 탄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한국을 강한 국가·강한 경제·약한 시민사회로 표현하는데, 시민사회는 이번 사례를 통해 학습하고 힘을 키워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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