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발생하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비장애인들도 당황하게 마련이다.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들의 불안은 더욱 크다. 도내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18만 명가량으로 이들을 위한 지진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홀로 생활하는 지체장애 1급인 조효영(김해시 동상동) 씨는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후 관측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을 느꼈다. 그는 그날의 공포를 떠올리며 "마당에라도 기어나가야 하는지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두렵기만 했다"며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전화까지 불통이라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에 두 시간가량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청각장애 1급 곽동운(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씨는 "아파트 11층에 살고 있는데 집이 흔들려 TV를 켜봤더니 지진이 났다는 자막이 나오더라"며 "긴급재난방송에서 수화 통역이 지원되지 않아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어 더욱 불안에 떨었다"고 전했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창원장애인차별상담전화는 27일 오전 11시 30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 유형별 재난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회견문에서 "경남도청 홈페이지 내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장애인 안전 매뉴얼을 찾아볼 수 없다"며 "활동보조서비스가 24시간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긴급 재난이 발생하면 누군가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은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도는 지금부터라도 관공서와 119구조대 등과 체계적인 비상연락망을 구축해 재난 발생 때 장애인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또 장애 유형별 안전대책 매뉴얼을 제작하고 지속적으로 교육·홍보하는 등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