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긴장감…지인 통한 일 처리·식사 대접 등 '익숙함'과 멀어져야

인간적인 것 좋아하다가는 다친다. 일 처리 과정이 뭔가 익숙하다면 의심해야 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적용됐다. 적용을 하루 앞둔 27일 창원시 공무원이 긴장 강도를 끌어올렸다.

한 달 남짓 창원시는 부서마다 법과 사례 학습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나만 잘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실제 효과에 대한 의심도 만만찮았다. 지금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학습을 거치면서 '김영란법'이 만만찮다는 것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한 간부 공무원은 "나만 잘한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게 아니라는 점이 특히 어렵다"며 "이미 9월 초부터 담당 부서에 '김영란법' 적용을 가정하고 일할 것을 지시했는데 법 해석에 혼란이 좀 있다"고 말했다.

법이 엄격한 단속을 예고해서 부담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부정을 막겠다는 취지는 대부분 선뜻 공감한다. 문제는 이전 업무 관행을 가상으로 대입했을 때 비롯한다.

도시정책 부서 한 공무원은 "업무 중 민원인 상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민원인은 아쉬운 점을 얘기할 뿐이겠지만 부정청탁으로 걸면 얼마든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청탁을 받아들이지만 않으면 괜찮은 게 아니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을 받는 순간부터 영향을 미친다. 공무원이 부정청탁을 확실하게 거부했다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부정청탁을 인지하면 바로 기관장에게 보고하는 공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선 공무원도 현실성이 없다고 여기는 조항이지만 법이 그렇다.

법 해석도 쉽지 않지만 정서적으로 어색하다는 게 적응을 더 어렵게 한다. 우리 사회에서 미덕으로 치는 '인간적'이라는 수식이 '김영란법'에서는 가장 경계하는 금기 사항이다.

▲ 김영란법 자료 이미지. / 연합뉴스

민원 담당 부서 한 공무원은 "지인을 통한 빠른 일 처리, 도와줘서 고맙다는 식사 한 끼 등은 인간적인 것으로 보는 편이고 민원인이든 공무원이든 그런 방식에 익숙한 사람을 능력 있다고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교육을 받으면서 상식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했던 일 처리 방식이 공직 생활을 망칠 수 있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당황했다"고 말했다.

복잡한 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인간적인 것 좋아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익숙한 일 처리 방식과 결별하고 애매하다면 항상 관련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대신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 분위기를 얻자는 게 법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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