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전 회장 진술 효력 여전 '돈 전달자'생존도 차이…홍 지사 연관짓기는 '무리'

정치 생명 최대 위기에 몰렸던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연이틀 희소식이 전해졌다. 도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추진한 주민소환투표 무산에 이어, 같은 사건(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7일 2심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홍 지사 역시 반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는 이날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결과를 뒤집고 이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재·보궐선거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1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1심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된 성 전 회장의 생전 언론(경향신문) 인터뷰 녹취록 중 이 전 총리에 대한 진술을 불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으로' 이 전 총리에 대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1심 재판에서 "당사자가 사망하긴 했지만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진술된 것으로 보인다"며 녹취록 증거 능력을 인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마찬가지로 성 전 회장이 남긴 자필 메모 역시 이번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으며,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진술과 주요 정황 증거도 "공소 사실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됐다.

검찰은 2013년 당시 성 전 회장의 일정표, 비서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금품 제공 당일 고속도로 톨게이트 통행기록 등을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물론 같은 사건, 같은 혐의이지만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사례는 엄연히 다르다.

일단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전 총리 2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 인터뷰 녹취록과 자필 메모 '전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 당시 성 전 회장의 처지와 감정 상태에 근거, 이 전 총리에 대한 부분이 의심스럽다고 추정한 것이다.

홍 지사는 1심 재판 과정에서 녹취록과 자필 메모의 신뢰도에 별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성 전 회장이 왜 엉뚱한 사람 이름을 거론했는지 모르겠다"고 스스로 의아해했을 뿐이다.

이 전 총리 경우와 홍 지사의 가장 큰 차이는 '돈 전달자'(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가 버젓이 살아 있고 나름 진술이 일관된다는 점이다. 이 전 총리는 죽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직접 돈을 건네받은 사람으로 지목돼 혐의 입증에 난관이 많았지만, 홍 지사는 윤 전 부사장의 존재로 2011년 돈 전달 상황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홍 지사 1심 재판부는 지난 8일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부사장 진술이 일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거나 불명확한 점이 있지만 금품 전달 과정 등과 관련해 검찰 수사부터 재판까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거짓을 꾸며낼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었다.

요약하면 홍 지사는 여건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항소심에서 두 개의 산과 다시 또 마주해야 한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녹취록·메모의 증거 능력, 그리고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이다.

1심 재판부는 2011년 당대표 선거 당시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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