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또 어디로 떠나나 고민을 하며 유명한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를 켰다. 그러던 중 그래 바로 이곳이라고 외친 여행지가 있었으니, 바로 미얀마였다. 비록 중국을 두 번 경유해 도착하는 여정이었지만 왕복 30만 원이라는 가격은 내 마음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해외업체를 통해 발권해야 한다는 사실이 께름칙 하긴 했지만 나름 이름 있는 곳이기도 해서 바로 발권하기로 했다. 여권 정보도 입력하지 않았는데 발권이 되었다고 하니 못미덥기도 했다.

어찌됐든 발권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문제는 출발 전 항공 여정이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가는 항공권은 문제 없었는데 오는 항공권 중 중국에서 한국 오는 여정이 변경돼 타야 할 항공기가 내가 중국에 도착하기 전 항공편으로 변경된 것이다. 한마디로 그 여정대로라면 한국에 올 수 없는 일정이다.

하지만 이 사실은 항공권 대행 업체가 아닌 항공 스케줄 관련해서 링크가 되어 있는 곳을 체크하다 발견한 것이었다. 내가 국제 전화로 해당업체에 전화하기 전까지도 그들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일단 관련된 내용을 확인해서 내가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일정으로 변경해 놓겠다고 했으나 그들은 내가 귀국 첫 항공기를 타기까지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여행 내내 불안했다. 그리고 첫 비행편을 타고 다음 경유지에 도착했을 때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국 내에서 다른 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해당 공항에 도착했을 땐 눈앞이 캄캄했다. 아무도 도와줄 사람도 없고 영어를 못하는 항공사 직원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시간만 허비할 뿐이었다. 그때 서양인 커플이 유창하게 중국어로 그들과 대화하는 것을 보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해당 항공사 티켓 카운터를 안내 받았는데 여기서 또 문제였다. 그때가 중국의 명절이었던 시기라 모든 항공권이 만석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공사에서 제시한 것은 듣도 보도 못한 항공사의 티켓이었으며 이 또한 만석이라서 대기자 명단에만 올려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공항 구석 자리에 앉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나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나에게 티켓이 필요한지 묻는 그는 전문적으로 항공권을 구해주는 사람이었다. 혹시나 사기라도 당할까봐 말하기를 꺼렸지만 그는 진심으로 나를 도와주려고 했다.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나를 위해 대신 해당 항공 카운터에 가서 진행상황을 체크해줬다. 체크인 마감 시간이 지나도 자리는 나지 않았다. 그리고 포기해야 되나 싶은 찰나에 카운터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다행히 한 자리가 나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세상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 때 도와 준 그, 체크인 시간이 너무 늦어 급하게 떠나야 했지만 그때 긴박했던 나에게 구세주 같았던 그를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김신형(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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