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건립 공동자원화 시설 주민-수탁업체 계속된 갈등
군, 40억 들여 증설 추진하자 "더 이상 속지 않아" 이전 요구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 사업에 따른 주민 간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사업은 지난 2012년 '가축분뇨 및 하수 오니의 해양투기 전면 금지'가 시행되면서 추진된 사업으로 전국 지자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악취 문제로 주민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축 분뇨 등을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설 도입은 불가피하지만, 행정이 발빠르게 대처해 주민과 사업 주체 간 이견을 조율하는 것 또한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함양군 유림면 웅평마을 가축분뇨처리시설 = 함양군의 한 민간 가축분뇨처리시설을 두고 '지역주민-사업 주체-함양군' 사이에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시설은 지난 2009년 7월 완공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이다. 그런데 그동안 이 시설에서는 심한 악취가 났을 뿐 아니라 수탁 업체가 인근 남강으로 불법 투기를 하면서 주민과 마찰이 발생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함양군은 사업비 40억 원을 들여 시설을 확충하려고 나서자 주민들은 근본적인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림면 웅평마을뿐 아니라 인근 안평·옥동·월명마을 등과 강 건너 수동면 소재지 4개 마을까지 나서 탄원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마을 앞 공장 도로변에 '더 이상은 속지 않는다. 웅평마을 똥통 공장 철거하라'라는 등의 현수막을 걸고 증설 반대운동을 펼치는 등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시설은 2009년 7월 양돈협회 함양군지부가 설립한 함양양돈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세워진 것으로, 25억 원이 투입됐다. 하루 100t 처리 목표로 저장탱크와 액비제조시설·악취저감시설·퇴비저장고 등이 세워졌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애초 융자 계획은 12억 5000만 원이었는데 은행 측이 '지하 시설물이라 담보력이 부족하다'며 6억 7000여만 원만 융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족한 6억여 원을 지부 회원 공동으로 부담하기로 했으나 회원들 간 이견으로 내분을 겪었다.

이 때문에 2013년 12월 시설 개보수 사업(예산 5억 원 배정)이 확정됐으나 사업 운영주체가 민사소송에 휘말리며 사업을 포기하고 함양군은 시설에 대해 판결 전 행위제한처분을 내렸다.

소송이 완결된 후 다시 '함양 친환경발효액비 영농조합법인'이 이 시설을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과 에너지시설 연계사업'으로 변경 신청했고, 2014년 12월 농식품부는 이를 허가했다. 이에 따라 총사업비 40억 원(국비 16억, 도·군비 12억, 융자 12억)으로 2016년까지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는 가축분뇨처리 시설 전경.

◇웅평마을 공동자원화 시설 입지선정부터 잘못 = 악취와 환경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이유는 이 시설이 마을과 너무 가깝다는 데 있다. 마을 주민들은 "웅평마을에서 300여m 떨어진 곳에 있어 악취가 날아가지 못하고 주변 마을들로 번지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입지 선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마을에서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주민들 대부분이 꺼리는 혐오시설이 어떻게 들어설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당시 시설 인·허가 관련 자료를 요청하자 군 관계자는 "분뇨처리시설은 축사와 달리 거리제한 규정이 없다"며 "당시 담당과장과 계장 등이 퇴직해 인·허가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처리공법에 대한 신뢰성 부족 = 주민들은 "문제의 악취를 해결하겠다 는 말에 오랫동안 속아온 기억 때문에 새 공법에 대해서도 의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아예 시설을 철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함양군과 영농법인 측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믿어달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로부터 사업 승인과 공법 확정, 예산을 지원받은 만큼 차후 설명회 등 주민 설득 과정을 거쳐 반드시 악취를 잡을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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