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무겁고 안타깝다"…경찰 사과 요구에는 부정적 의견 많아, 부검에는 "가족 뜻대로"

경찰 물대포에 맞은 후 317일 만에 숨진 '농민 백남기 씨'에 대해 경찰은 공식 사과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조직 구성원들도 저마다 생각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26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폭력시위 진압 과정에서 생긴 일이지만 어쨌든 고귀한 생명이 돌아가신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청장은 "경찰 공권력 잘못이 명확해지면 사과드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사과 뜻을 담은 건 아니다"라며 거세게 일고 있는 '사과 요구'와는 선을 그었다.

'물대포' 당시 경찰 수장이었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도 "사람이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다만 지난 12일 청문회 자리에서 "인간적으로 심심한 사죄 말씀드리겠다"며 개인적인 입장에서 사과 뜻을 밝혔다.

경남 도내 경찰관들도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무거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다만 '경찰 사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짙었다.

ㄱ(경위) 경찰관은 "법 테두리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집회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경찰·정부가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며 "하지만 법을 깨고 벌어진 상황에 대해 사과한다면 불법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ㄴ(경사) 경찰관은 "결과가 아닌 그 과정에 대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집회가 불법으로 변질하지 않았으면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ㄷ(경위) 경찰관은 "인간이라면 무거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지 않겠나"라면서도 "가정사를 바깥에서 잘 끄집어내지 않듯, 이 문제를 개인 자격으로 말하는 게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 조직 처신에 대해 비교적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ㅁ(경정) 경찰관은 "밀양 송전탑진압 때 어르신들을 강제로 끌고 나와야 하는 현실에서 경찰관과 인간으로서 큰 괴리감을 느꼈다. 백남기 씨 사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며 "사과 요구 정서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했다.

검경은 고 백남기 씨 사인을 밝히겠다는 이유로 부검을 시도하고 있지만, 유족들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며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ㄹ(경위) 경찰관은 "변사사건이 일어나면 고인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잘 설명해 드리는 것이 우리 경찰이 할 일"이라며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은 특히 사망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유족이 원치 않으면 그 입장을 존중해서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