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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의 보고답게 기반시설 갖춰갈 것"

[임채민 기자가 만난 수협 CEO] (4) 통영수산업협동조합 김덕철 조합장

임채민 기자 lcm@idomin.com 2016년 09월 26일 월요일

통영. 굳이 첨언하는 게 무색할 정도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산업 도시임에는 분명하다. 통영에는 '통영수협' 외에도, 사량수협과 욕지수협이 따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업종별 수협'이라 할 수 있는 기선권현망수협·멍게수하식수협·근해통발수협·굴수하식수협 등이 있다. 통영에만 모두 7개의 수협이 존재한다.

이 중 통영수협은 지난 2014년 설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통영에 산재한 수협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통영수협에서 분리 독립해 사량·욕지수협이 생겼고, 어입인들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업종별 수협이 하나둘씩 설립된 것이다. 그러니 어업인들 중에는 통영수협 조합원이면서도, 근해통발수협이나 멍게수하식수협의 조합원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 수협은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서도 민감한 갈등 사안을 조정해가고 있었다.

지난해 조합장 동시 선거에서 당선된 김덕철(61) 조합장은 일찍이 통영수산전문학교(현 경상대학교 통영캠퍼스)를 졸업한 후 외항선원으로 온 바다를 누볐고, 가업을 이어받아 쌍끌이 어선을 운영해 왔다. 통영에서 나고 자라 바다에서 잔뼈가 굵었고, 생선을 비롯한 온갖 수산물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셈이다.

▲ 지난해 조합장 동시 선거에서 당선된 김덕철 통영수협 조합장. 그는 '통영의 바다'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수산물의 보고라고 했다. /박일호 기자 iris15@

그가 그리고 있는 통영 수산업의 앞날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통영의 바다'가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수산물의 보고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앞으로 그 미래상 역시 밝다고 했다. 그런들 현재의 모순을 바로잡을 준비가 안 된 조직은 '밝은 미래'의 과실을 맛보지 못하는 법이다. 김 조합장은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김 조합장은 가장 시급한 통영수협의 현안을 이렇게 풀어놓았다.

"지금 조합 위판장 앞이 도로다. 엄밀하게 말하면 임시로 도로를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건데,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항상 있다. 전국 어디에도 이런 위판장은 없을 것이다. 위판 작업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자동화 시설을 설치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해수부의 항만기본계획에 20m 정도 매립을 할 수 있는 안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물량을 소화하기도 어렵고,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 왜 이런 기형적인 모습이 됐나.

"통영은 땅이 좁다. 거의 다 매립한 땅이라 할 수 있다. 옛날 통영 사진 보면 산과 바다가 거의 붙어 있다. 지금 통영수협 자리도 옮겨온 곳인데, 자꾸 매립이 되니까 바다와 인접한 이곳까지 오게 됐다.

25년 전 지은 건물인데, 지금처럼 물량이 계속 늘어날지 예측을 못 하고 지었다. 통영에 오면 다른 곳보다 생선 가격을 좀 더 쳐주니까 객지 배들이 많이 들어온다. 또 지금은 대형 선박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수산업 규모는 계속 커지는데 우리는 25년 전 인프라에 안주하고 있는 셈이어서 안타깝다."

- 올해 여름 고수온 여파로 인한 집단 폐사와 콜레라 사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는 적조 때문에 집단 폐사가 있었고, 올해는 고수온 때문에 많이 죽었다. 적조 때와 비교하면 피해 규모는 비슷한데, 고수온 폐사는 보험 적용이 안 되니까 괴로워하는 분들이 많다."

은은한 미소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하던 김 조합장은 '콜레라'를 언급할 때 약간 언성을 높였다.

"한 달 정도 거의 작업을 못했다. 잡아도 안 팔리고 가격이 안 되니까. 언론도 확실히 알고 써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처음에는 정어리 먹고 콜레라 환자가 나왔다고 했다가, 뒤에는 메가리(전갱이)라고 했고……. 정어리와 메가리를 구분을 못 하니까 그런 거다. 생선이 대부분 한바다에 살지 연안에 사는 고기는 없다. 한바다에서 바닷물을 채취하지 않고 하수구 인접한 데서 채취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오죽했으면 질병관리본부에 데모하러 가자고 수협 중앙회에 이야기하기도 했다."

조선산업 불황으로 통영 역시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거제와 비교하면 그 여파는 덜한 편이다. 그 기저에는 탄탄한 통영 수산업이 자리 잡고 있는 게 한몫하는 건 아닐까?

"맞다. 그나마 통영 경제가 유지되는 건 수산업 덕택이다. 우리가 자랄 때는 통영 인구의 75%가 어업에 종사했다. 그때는 조선조나 관광 인프라가 없었는데도, IMF외환위기를 거의 겪지 않았을 정도다. 사실 통영 같은 곳이 없다. 부산 공동어시장의 한 해 위판액이 4300억 원 정도인데, 통영이 그에 맞먹는다. 생선부터 어패류까지 질 좋고 다양한 어종이 잡히는 데는 통영이 유일하다."

- 귀어를 하는 젊은 층은 많나?

"무턱대고 귀어를 하는 것보다, 부친의 가업을 이어받는 형태로 오면 빨리 적응들을 하는 것 같다. 어릴 때 보고 느낀 게 있고, 아버지 도움도 받으니 수월하겠지. 요즘 젊은 사람들이 바닷일을 안 하려고 해서 문제지, 도시에서 월급쟁이 하는 것보다야 적응만 되면 바다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많을 것이다. 물론 선원 일이 대표적인 3D 업종이긴 하다. 그래도 우리 때야 배 위에서 기름 뒤집어써 가면서 탔다. 그렇게 고생고생 하면서 선장도 되고 기반도 잡아 왔다. 그런데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기관사 자격증을 거들떠도 안 보는 것 같다. '자격증 따봐야 배타는 것밖에 더 하겠느냐'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 수산업이 비전이 있다고 하지만, 요즘 어획량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는데.

"양이 줄어들면 그만큼 단가는 올라간다. 어류 소비량은 또 꾸준하다. 지금도 수입하는 생선이 엄청 많다."

- 어업현장에 있는 선주이시기도 한데, 조합장 출마 배경은 무엇인가.

"어업인들 권익을 위해서다. 어업인들 중에 벌금 안 낸 사람이 없다. 대부분 범법자다. 현실과 맞지 않는 법을 바꾸고,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어업인들을 도와주고 싶다. 일제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다. 세월호 사태가 장비가 부족해서 일어난 게 아니다.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 문제였지. 그런데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은 현실적 고려 없이 일괄적으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달만 한다. 밑바닥 현장을 너무 모른다. "

통영수협 조합장실에서는 '강구안'이 훤히 내다보였다. 바다는 잔잔했고, 어선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흔히 나폴리를 끌어들여 '미항'이라고 이름붙이곤 하는 곳이다. 우리는 '미항'을 떠올리며 비린내와 선박 기름 냄새를 애써 떼어내려고 하지만, 그 비린내와 기름 냄새 없이는 '미항'이 존재할 수도 없을 터이다. 김 조합장은 비린내와 기름 냄새와 함께해온 어업인이었고, 그렇게 '강구안'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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